4일 삼성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삼성계열사들의 연말 사장단인사의 폭이 예년보다 클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올해 삼성 사장단인사는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뒤 실시되는 임원인사인 만큼 이 부회장이 오너경영인으로서 행보를 재개하기에 앞서 그의 경영계획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의 인사가 실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이 품고 있는 경영전략의 기조는 ‘변화’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앞서 10월25일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1주기를 맞아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열린 이 전 회장 흉상 제막식에서 “고인은 한계에 굴하지 않는 과감한 도전으로 가능성을 키워 오늘의 삼성을 일궈냈다”며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을 두고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 전 회장을 향한 추모의 형식을 빌려 이건희시대의 삼성과는 다른 이재용시대의 삼성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새로운 삼성을 향한 이 부회장의 의지가 삼성전자에서는 인사를 통한 고위임원의 세대교체로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고동진 IM부문 대표이사 사장, 김현석 CE부문 대표이사 사장 등 삼성전자 각자대표이사 3인은 모두 첫 3년 임기를 지난 뒤 연임 임기를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 각자대표 3은 모두 2018년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2021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2020년 12월 실시된 삼성 사장단인사를 통해 대표이사 자리를 유지했다.
삼성에서는 그동안 대표이사의 큰 경영적 실책이 없다면 첫 임기 3년을 최대한 보장하되 그 뒤로는 연장 임기 3년을 꼭 보장하지는 않는 모습이 나타났다.
IM부문 대표이사 전임자였던 신종균 전 삼성전자 인재개발담당 부회장과 CE부문 대표이사 전임자였던 윤부근 전 삼성전자 CR담당 부회장이 첫 3년 임기를 모두 소화한 뒤 재선임됐지만 연장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자리를 옮긴 사례에 속한다.
DS부문 대표이사 전임자인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의 경우는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났지만 첫 3년 임기를 지낸 뒤 연장 임기 3년은 채우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현재 삼성전자 각자대표 3인 역시 연장 임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새로운 삼성을 만들고자 하는 이 부회장의 의지와 맞물려 세대교체 형식으로 물러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최근 2년 동안의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 각 사업부문 아래 사업부들을 이끄는 사업부장들은 어느 정도 세대교체가 완료됐다.
강인엽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이정배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최시영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노태문 IM부문 무선사업부장 사장 등은 이른바 ‘이재용의 사람’으로 여겨지는 젊은 경영인들로 1968년 출생인 이 부회장과 나이도 비슷하다.
전경훈 IM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과 이재승 CE부문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은 이 부회장보다 나이가 5살 이상 많기는 해도 이 부회장체제의 삼성전자에서 사업부장에 오른 만큼 역시 이 부회장의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이 가운데서 대표이사가 나오고 빈 사업부장 자리를 다른 젊은피가 대체하는 연쇄적 발탁인사가 실시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변화보다 불확실성 최소화에 방점이 찍힌 사장단인사가 실시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