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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리오 보틴 방코산탄데르 회장(왼쪽)과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오른쪽) |
아주캐피탈 인수전에 스페인 금융기업인 방코산탄데르가 뛰어들었다. 산탄데르는 유럽 금융시장이 악화되면서 해외에 힘을 쏟고 있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산탄데르가 수익성이 높은 아주캐피탈을 사들여 한국 금융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산탄데르는 최근 아주캐피탈 매각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비밀유지협약을 맺고 아주캐피탈 인수 관련 투자설명서를 받은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산탄데르는 그동안 수익원을 늘리기 위해 중남미와 유럽 등 세계 각국에 진출해 왔다. 산탄데르는 이번에 아주캐피탈 인수전에 참여함으로써 한국 금융시장까지 진출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탄데르는 그 동안 인수합병 방식으로 해외시장에 진입해 왔다. 산탄데르는 브라질 카드업계 4위인 ‘겟넷 테크놀로지아’를 지난달 인수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20%씩 성장하는 브라질 카드시장의 수익성에 주목한 것이다. 산탄데르는 지난해 44억 유로(약 6조6백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산탄데르는 현재 영국 바클레이스 및 독일 도이치와 함께 유럽 3대 금융기업으로도 불린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달 16일 낸 보고서에서 “산탄데르는 자국시장 환경이 나빠지자 해외 자회사를 활용해 시장을 확보하고 자본을 조달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며 “산탄데르의 해외사업 추진방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산탄데르는 2010년대 들어 중국 농민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아시아사업 비중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지난해 산탄데르의 영업이익 중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7%대다. 아주캐피탈 인수참여도 이런 아시아 진출의 한 방법으로 보인다.
아주캐피탈은 특히 우량기업을 인수해 안정적으로 시장에 들어오는 산탄데르의 방식에 잘 맞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주캐피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자산 6조2418억 원인 업계 2위 회사다. 지난해 영업이익 279억 원에 당기순이익 190억 원을 기록했다. 2010년부터 꾸준히 2백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왔다.
산탄데르는 아주캐피탈을 인수해 현재 4~5%대인 자금조달 금리를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1%포인트만 조달 금리가 낮아져도 약 450억 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날 것으로 추산된다. 그만큼 산탄데르의 이익은 늘어나는 셈이다.
산탄데르는 아주캐피탈을 노리는 다른 기업과 사모펀드를 상대로 경쟁하게 됐다. 약 25개의 기업과 사모펀드가 아주캐피탈 투자설명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 4천억 원 수준인 아주캐피탈 시가총액이 5천억 원까지 높아진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중 가장 유력한 경쟁자는 DGB금융지주(대구은행)다. DGB금융지주는 최근 은행에만 쏠린 사업 구조를 다변화해 비은행업 비중을 늘리려 하고 있다. 현재 DGB금융지주에서 비은행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나 이를 2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GB금융지주는 이를 위해 아주캐피탈 인수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DGB금융지주가 이달 초 아주캐피탈 가치평가와 법률자문을 위한 법무법인을 선정하고 인수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DGB금융지주의 아주캐피탈 인수의지가 강해 산탄데르와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 관계자는 “그간 은행업 비중이 대부분이었던 DGB금융지주 입장에서 부실위험을 줄여야 한다”며 “그것 때문에라도 아주캐피탈은 놓치기 힘든 매물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