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합병협상을 타결하면 낸드시장 매출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쫓아올 수 있게 된다.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현재 세계 낸드시장에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 기준으로 2분기 낸드 매출 점유율은 키오시아 18.3%, 웨스턴디지털 14.7%로 추산된다.
두 기업이 합쳤을 때 점유율은 33.0%로 낸드 1위인 삼성전자(34.0%) 점유율과 불과 1%포인트 차이만 보이게 된다. 낸드 4위에 머무르는 SK하이닉스(12.3%)와 격차는 더 크다.
SK하이닉스에 올해 말 인수할 인텔 낸드사업부의 규모를 더해도 마찬가지다. 2분기 기준 인텔의 낸드 점유율은 6.7%에 불과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이르면 9월 합병 관련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위협하는 새로운 거대 메모리반도체기업의 출현이 머지않은 셈이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은 반면 국내 메모리반도체기업의 수혜를 예상하는 시각이 좀 더 우세하다.
낸드시장이 삼성전자, 키오시아-웨스턴디지털, SK하이닉스-인텔 등 3자 과점구도로 재편되면서 경쟁기업이 감소하게 되는 만큼 이전보다 과잉 투자에 관한 우려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낸드기업들이 메모리반도체 공급을 조절해 가격 하락을 방지하는 일도 상대적으로 더 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 합병 가능성에 관해 “낸드분야는 D램에 비해 경쟁 강도가 심하고 장기적으로 제품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며 “그런데 낸드시장이 사실상 3강체제로 바뀌면서 각 기업이 보수적으로 시설투자를 전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바라봤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글로벌 낸드산업은 6자체제에서 점유율과 가격 중심의 경쟁이 이뤄졌다”며 “향후에는 경쟁강도 완화와 공급구조 과점화에 따른 이익 변동성 축소로 국내 메모리반도체기업의 중장기 가치 상승이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특히 SK하이닉스는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 합병을 계기로 낸드사업 수익성 개선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수혜 강도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 낸드부문은 지난해 영업손실 1조 원 중후반대를 봤고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가 지속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고부가 낸드 비중 확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등을 기반으로 내년부터는 연간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김경민 연구원은 “낸드 공급사들의 점유율은 이미 과점화한 실리콘 웨이퍼 및 반도체 설계 자동화(EDA)시장처럼 중장기적으로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며 “SK하이닉스가 낸드에서 흑자로 돌아서 이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낸드 기술 측면에서도 글로벌 반도체기업의 합종연횡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2월 162단 수직적층(3D) 낸드를 개발해 공개했다. 낸드는 기본 저장단위인 셀을 수직으로 많이 쌓을수록 저장공간 등 성능이 개선된다. 층수가 높은 낸드를 양산하는 기술이 낸드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이다.
국내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은 이런 고층 낸드에 관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양산 가능한 단계로 개발된 낸드 가운데 가장 단수가 높은 제품은 176단에 이른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176단 낸드를 개발했고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는 이미 200단 이상 낸드를 확보해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6월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