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우 LG전자 전무가 2019년 7월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 사이버물리시스템 부국장으로 일하던 당시 영국 통신기업 보다폰과 인터뷰하고 있다. <보다폰 유튜브 갈무리> |
LG전자가 사물인터넷(IoT) 전문가 이석우 전무에게 신사업 발굴조직을 맡겼다.
이석우 전무는 기술적 역량뿐 아니라 사업경험까지 풍부해 LG전자 미래 사업기회를 찾는 중책에 적합한 인재로 평가받는다.
LG전자 미국 법인은 현지시각 17일 ‘LG노바(NOVA)’라는 이름으로 북미이노베이션센터를 공식 출범했다고 밝혔다.
LG노바는 LG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부문 산하조직으로 혁신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영입한 이석우 전무에게 LG노바 센터장을 맡겼다.
이 전무는 세계적 사물인터넷 전문가로 꼽힌다. 스스로 사물인터넷 관련 업체를 설립해 역량을 인정받았다. 미국 정부와 협업해 대규모 사물인터넷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했다.
이 전무는 1970년 8월 태어나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고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기계공학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박사학위를 받은 뒤 MIT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개인적으로 사업체를 꾸렸다. 2000년 MIT 동료 연구원과 함께 무선 네트워크 전문기업 밀레니얼네트를 공동 설립해 최고기술책임자로 일했다.
밀레니얼네트는 상업 및 산업시설을 원격으로 관리하고 제어하는 데 필요한 무선센서 네트워크 시스템 및 제품을 개발해 공급했다.
기업들이 기존보다 높은 전력 효율성을 갖춘 네트워크를 저렴한 비용으로 구축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독일 투자기업 PHC홀딩에 인수됐는데 인수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전무는 밀레니얼네트에서 저전력 무선 센서 네트워크기술을 개발한 공로를 높이 평가받아 2004년 MIT 간행물 MIT테크놀로지리뷰로부터 세계 35세 미만 혁신가(Innovator Under 35) 35명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3년부터 밀레니얼네트를 떠나 본격적으로 미국 정부와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백악관 산하에 신설한 대통령 혁신연구위원(PIF)의 일원으로 합류했다.
대통령 혁신연구위원 제도는 다양한 분야의 정부정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 전무는 2013년 6월 2기 대통령 혁신연구위원으로 선정돼 1년 동안 사이버물리시스템(CPS)부문을 담당했다.
사이버물리시스템은 통신망을 통해 여러 물리적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통합 시스템을 말한다. 사물들이 서로 소통하고 자동적, 지능적으로 제어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실시간 사물인터넷이라고도 불린다.
미국 정부는 이 전무의 사물인터넷 역량을 높이 평가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사이버물리시스템부문에 전문가 400여 명이 신청했는데 최종적으로 이 전무를 포함한 2명만 혁신연구위원으로 뽑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선발된 2기 대통령 혁신연구위원 가운데 동양인은 이 전무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무는 대통령 혁신연구위원으로 일하며 스마트아메리카챌린지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실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생산공정, 교통, 전력, 헬스케어, 가정·빌딩, 국방, 재해 대응 등 다양한 분야의 통합 사이버물리시스템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미국식 디지털 전환의 기반을 닦는 중요정책을 이 전무가 주도한 셈이다.
미국 정부에서 이 전무의 역할은 대통령 혁신연구위원을 마친 뒤에도 이어졌다. 그는 2014년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에 합류해 7년 가까이 정부 차원의 글로벌시티팀챌린지(GCTC)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글로벌시티팀챌린지는 스마트아메리카챌린지의 일환으로,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교통 혼잡, 대기오염 등 지구적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스마트시티 표준을 만들기 위해 계획됐다. 현재 세계 도시 200곳 이상과 기업 500곳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LG전자는 이처럼 기술역량과 사업적 능력을 겸비한 이 전무가 LG노바 운영에 가장 필요한 인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LG노바는 사물인터넷을 비롯해 메타버스(가상공간), 전기 이동수단, 헬스케어 등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을 발굴해 다양한 지원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스타트업의 제품과 기술 개발, 마케팅을 돕는 한편 사업성을 평가해 투자자금 조달 및 LG전자와 합작 기회를 지원할 것으로 파악된다.
이 전무는 LG 노바 출범을 발표하며 “최고의 혁신은 협업을 통해 이뤄진다”며 “이것이 LG노바의 기본원칙이다”고 말했다.
LG노바는 최근 LG전자에서 추진하는 스타트업 발굴전략의 중심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주력사업인 TV와 가전, 전장(자동차 전자장비)을 이을 미래사업을 찾는 것이다.
LG전자는 지난해 12월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LGE어드벤처를 출범했다. 최근에는 LGE어드벤처 모집 대상지역을 북미, 유럽의 해외법인 등 세계적으로 확대했다.
LG전자는 올해 4월 미래에셋그룹과 협업해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전기차 생태계, 디지털 헬스케어, 데이터 관련 사업 등 신사업분야 벤처기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회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