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블레이드앤소울2 출시일자를 놓고 엔씨소프트의 고민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블레이드앤소울2가 엔씨소프트의 하반기 실적을 이끌 신작으로 커다란 기대를 받고 있어 흥행을 극대화할 최적의 출시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카카오게임즈가 유통하는 ‘오딘:발할라라이징’(오딘)이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오딘과 장르(모바일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온라인게임)가 겹치는 블레이드앤소울2의 출시시점은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블레이드앤소울2의 최적 출시시기는 오딘의 자연스러운 매출 하향안정화가 일어나는 시점”이라며 “8월 하순~9월 초순에 블레이드앤소울2가 출시된다면 두 대작이 윈윈(win-win)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씨소프트는 2월9일 블레이드앤소울2의 사전예약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게임업계에서는 4월 말이나 5월 초에 출시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하지만 블레이드앤소울2의 출시일은 상반기가 종료된 지금까지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블레이드앤소울2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리니지와 차별화'를 꼽고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트릭스터M의 매출순위가 빠르게 하락했던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리니지M과는 다른 새로운 이용자층의 유입을 목표로 출시됐으면서도 리니지M과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블레이드앤소울2는 엔씨소프트의 가장 경쟁력 있는 지식재산 가운데 하나인 블레이드앤소울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게임인 만큼 리니지가 끌어들이지 못했던 사용자층을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을 통해 과금력이 풍부하고 이용자 사이의 경쟁에 중점을 두는 중장년 이용자층을 잡았다면 블레이드앤소울2로 20, 30대 라이트 이용자층과 PC판 ‘블레이드앤소울’ 이용자층을 붙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엔씨소프트는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블레이드앤소울2의 사전예약자의 연령대가 매우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다양한 이용자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블레이드앤소울2의 사업 포인트를 리니지M과 다르게 잡고 있다. 리니지M이 대규모 전쟁과 플레이어킬(PK)을 통해 게임 이용자 사이의 경쟁을 유도한다면 블레이드앤소울2는 ‘모험’과 ‘이야기’를 통해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김택진 사장은 올해 2월 열린 블레이드앤소울2 쇼케이스에서 “블레이드앤소울2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전설과 인연을 찾아 세상을 모험하는 게임”이라며 “잃어버렸던 게임 본연의 재미와 설렘, 이야기와 모험이 가득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1분기에 ‘어닝 쇼크’를 냈다. 2020년 1분기보다 매출은 29.9%, 영업이익은 76.5% 줄어들었다.
2분기 추정 실적 역시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2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5644억 원, 영업이익 1535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2020년 2분기보다 매출은 4.8% 늘어나지만 영업이익은 26.5% 감소하는 것이다.
▲ 엔씨소프트가 5월20일 출시한 트릭스터M.
개별 게임들의 상황도 좋지 못하다.
5월20일 출시 직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3위에 올랐던 트릭스터M은 매우 빠른 속도로 순위가 하락해 7월7일 기준 매출 순위 21위에 머물고 있다.
리니지M은 2017년 6월 출시 이후 무려 5년 동안 형제 게임인 리니지2M에 잠시 자리를 내줬던 것을 제외하면 줄곧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순위 1위의 ‘왕좌’를 지켜왔지만 최근 넷마블의 ‘제2의나라’, 카카오게임즈의 ‘오딘:발할라라이징’에게 연속으로 왕좌를 빼앗겼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확률형 아이템 논란, 리니지M 문양 롤백 사태 등으로 엔씨소프트를 바라보는 이용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엔씨소프트로서는 블레이드앤소울2를 통한 분위기 반전이 매우 중요한 셈이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업분석 리포트를 통해 “현재 엔씨소프트의 주가에는 악재가 모두 반영돼있기 때문에 블레이드앤소울2 등 기대 신작의 성과와 그에 따른 실적 및 기업가치 재평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