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드블라지오 뉴욕 시장이 취임 2주 만에 뉴욕 시민들의 '입방아'에 시달리고 있다. 피자를 먹고 있는 사진 한 장으로 뉴욕이 발칵 뒤집혔는데, 시장의 해명에도 꺼질 줄을 모른다.
발단은 이렇다. 드블라지오 시장이 지난 10일 뉴욕의 스태튼아일랜드를 방문해 친구와 함께 피자를 먹는 사진이 공개되었다. 사진에서 시장은 포크와 나이프로 피자를 먹고 있다. 그런데 뉴욕의 언론들은 "뉴요커라면 마땅히 피자를 반으로 접어 손으로 들고" 먹어야 한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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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요커들이 문제로 삼은 장면. 빌 드블라지오 뉴욕 시장이 포크로 피자를 먹고 있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
사진이 공개된 뒤 뉴욕 시민들이 이 사진을 두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신성모독이다", "이단이다", "용납할 수가 없다"고 입방아를 찧었다.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포크게이트'라는 명칭이 생겨났고, 언론들은 '포크게이트'를 앞다퉈 다루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즈는 "드블라지오 시장이 상상할 수도 없는 행동을 했다"고 보도했다. 여행정보를 제공하는 컴플렉스닷컴은 뉴욕 여행 정보 섹션에 "시장 취임 이후 첫 번째 실수"라고 '포크게이트'를 기록했다. 뉴욕매거진은 첫 문장부터 "대재앙"이라고 못 박으며 "아무리 피자가 기름져도 뉴욕 사람이라면 손으로 들고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의 놀림이 심해지자 야후뉴스와 슬레이트는 반대로 "피자를 먹고 싶은 대로 먹는 거지 무슨 상관이냐"는 요지의 칼럼을 실어 시장을 옹호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드블라지오 시장의 측근들도 '시장 놀리기'에 가세했다. 당일 시장과 식사를 함께 했던 찰스 그린스키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드블라지오 시장의 피자 먹는 방식을 "신성모독"이라면서도 "(드블라지오는) 보스턴 출신이다. 그래서 뭘 잘 몰랐을 거다"고 두둔했다.
드블라지오는 한 기자회견에서 "내 조상님들의 고향에서는 (피자를) 포크와 나이프로 먹는 게 자연스럽다"고 해명했다. 드블라지오 시장의 어머니는 이탈리아인이다. 그는 피자 먹는 법에 대한 질문을 던진 기자에게 "굉장히 복잡하다. 내 방식은 뉴욕식과 이탈리아식의 혼합이다. 보통 나이프와 포크로 시작해서 도중에 미국식으로 방법을 손으로 먹는다"고 말했다. 시장의 트위터에는 그가 손으로 피자를 먹는 사진이 올라왔다.
드블라지오 시장이 식사를 했던 피자 전문점 굿펠라스의 주인인 마크 코센티노는 시장이 사용한 포크를 벽에 걸어놓은 데 이어 '드블라지오의 포크'를 자선 경매에 부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뉴요커들의 지칠 줄 모르는 '입방아'는 드블라지오 시장에 대한 일종의 친근함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드블라지오 시장은 뉴욕 시민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드블라지오 시장은 자유주의적인 행보로 뉴요커들의 호감을 샀다. 그의 아내인 사회운동가 셜린 맥크레이는 1970년대에 레즈비언 인권운동가로 활동했으며, 두 사람은 1994년 결혼한 뒤 신혼여행으로 쿠바를 방문하는 대범함을 보인 바 있었다.
드블라지오의 두 자녀는 공립학교를 다녔다. 그의 딸 키아라 드블라지오는 지난 크리스마스 때에 약물 중독자를 돕기 위한 영상에 출연해 우울증과 약물 중독에 시달렸던 과거를 고백하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주저 말고 도움을 요청하라"는 말했는데, 드블라지오 시장은 이 영상을 직접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발송하며 딸의 고백을 지지했다.
드블라지오 시장이 쌓아 온 인기는 지지율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16일 미국의 정치 분야 설문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퀴니피악 여론조사를 보면, 드블라지오 시장 지지율은 53%였다. 34%가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3%에 불과했다. 조사대상 중 67%가 앞으로 4년간의 드블라지오 시장 임기를 긍정적으로 점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