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사업자이기도 하면서 콘텐츠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콘텐츠 사용료에 관한 CJENM과 협상에서 LG유플러스와 같이 실시간 방송 송출중단 사태까지 무릅쓰는 강대강 대치상황을 만들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15일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가 똑같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플랫폼 콘텐츠의 사용료를 놓고 CJENM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경영전략과 방향성 등 측면에서 두 기업의 처지가 확연히 다르다는 시선이 나온다.
LG유플러스의 유플러스 모바일tv는 사업적 측면이나 서비스 제공 형태에서 독자적 온라인 동영상서비스라기보다는 여전히 인터넷TV의 부가서비스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KT의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시즌은 결이 다르다.
KT는 현재 시즌 분사 작업을 진행하며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사업을 더욱 본격적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시즌을 통한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의 경쟁력 강화는 KT의 미디어사업 전체로 봤을 때도 대규모 투자를 퍼부으며 개척하고 있는 콘텐츠 제작사업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콘텐츠 소비의 중심축이 인터넷TV에서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플랫폼으로 크게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KT가 시즌을 별도법인으로 분사해 사업을 키우려는 시점에 국내 콘텐츠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CJENM과 완전히 척을 지게 되는 것은 피하고 싶은 사태일 것으로 보인다.
CJENM이 콘텐츠 사업자이기도 하지만 플랫폼시장에서도 자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티빙을 운영하는 경쟁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KT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이번 콘텐츠 사용료 협상 결렬로 시즌 플랫폼에서 CJENM 실시간 채널들의 방송 송출이 중단되게 되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이용자들을 뺏기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
KT 시즌은 안그래도 한국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시장에서 제대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시즌은 넷플릭스, 유튜브 등 강력한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플랫폼들과 비교는 제쳐두고라도 SK텔레콤의 웨이브, CJENM의 티빙 등 국내 사업자들 가운데서도 사용자 수가 가장 적다.
심지어 독립적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브랜드로 분류하기 어려운 유플러스 모바일tv 보다도 뒤쳐진다.
모바일 빅데이터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KT의 시즌은 올해 2월 사용자 수가 168만3471명이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의 유플러스 모바일tv 월 사용자 수는 212만6608명이다. 넷플릭스는 2021년 2월 기준 월사용자 수가 1001만3283명에 이른다.
KT는 그렇다고 당장 기존 사용료의 1000%, 10배에 이르는 수준의 콘텐츠 사용료 인상안을 내놓은 CJENM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처지에 있다.
CJENM은 이번에 제시하는 사용료 인상 수준은 그동안 통신업체들이 콘텐츠를 헐값에 이용해왔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상률이 과도하다는 시선이 많다. CJENM이 최근 미디어시장이 콘텐츠 우위 시장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을 기회로 잡아 강수를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T 시즌은 코로나19로 극장시장은 물론 외출 자체가 줄면서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도 수혜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넷플릭스, 티빙 이용자들이 늘어날 때 시즌은 오히려 이용자 수가 뒷걸음질하기도 했다.
KT 스스로도 미디어플랫폼사업자이자 콘텐츠사업자라는 점에서도 CJENM과 협상에서 두드려야 할 계산이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KT가 이번 콘텐츠 사용료 협상 테이블에서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사업자 자리에 앉았지만 언제라도 지금의 CJENM 위치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KT는 방송채널사업 계열사 지분 확보, 현대미디어 직접 인수 등을 추진하며 방송채널사업부분에도 힘을 싣고 있지만 올해 들어 콘텐츠 전문법인을 설립해 콘텐츠 제작사업에도 투자를 퍼붓고 있다.
시장에서 콘텐츠의 값어치가 높아지는 것은 KT의 콘텐츠사업을 생각하면 긍정적 변화일 수 있다.
KT가 기존 협상기일(11일)을 넘기고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CJENM 측에 협상 기간을 연장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 시간을 벌고 있는 데서 합의점을 찾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KT 관계자는 “CJENM에 계속해서 협상을 이어나가자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KT 등과 CJENM의 이번 콘텐츠 사용료 갈등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시장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KT 등 이동통신사와 CJENM은 그동안 온라인 동영상서비스를 인터넷TV의 부가서비스로 취급해 별도로 계약을 맺지 않고 인터넷TV 콘텐츠 사용료와 연계해 사용료를 정산해왔다.
하지만 CJENM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시장이 커지고 있고 이동통신사들도 독립적 사업으로 분류해 운영하는 만큼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플랫폼에 헐값에 공급해오던 콘텐츠 사용료를 플랫폼 유료 가입자 수에 바탕한 새로운 기준에 따라 받아야겠다고 나섰다.
이에 KT와 LG유플러스 등은 당장 기존의 1000%, 175%에 이르는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하며 비상식적 요구라고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CJENM이 콘텐츠 사용료 인상 카드로 티빙의 경쟁 온라인 동영상서비스들을 견제하고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