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1-06-09 1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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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사업에서 다른 반도체기업보다 뛰어난 기술로 시장 우위를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 등을 주축으로 낸드시장 재편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D램뿐 아니라 앞선 기술을 바탕으로 낸드에서도 초격차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낸드플래시 등이 생산되는 삼성전자 평택공장 2라인 전경.
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소자를 높이 쌓는 기술에서 여전히 업계 선두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송재혁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장 부사장이 전날 뉴스룸에 올린 기고문을 통해 176단 7세대 낸드에 더해 200단 이상 8세대 낸드도 확보해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개발이 발표된 가장 높은 단수가 176단인데 이보다 더 우수한 사양의 반도체를 이미 개발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더해 앞으로 1천 단 이상의 낸드에도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송 부사장은 “삼성전자 낸드는 1천 단 이상을 바라본다”며 “언젠가 마주하게 될 높이의 한계를 가장 먼저 극복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3월 국제전기전자학회 행사에서 목표로 세운 600단 낸드보다 훨씬 높은 단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낸드는 기본 저장단위 셀을 여러 층 쌓을수록 저장공간 등 성능이 향상된다. 누가 높은 층의 낸드를 개발하느냐가 낸드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셈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낸드 적층 단수에서 다른 반도체기업들보다 뒤처진 것처럼 여겨졌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12월 삼성전자보다 먼저 176단 낸드 개발을 밝혔다. 2020년 11월에는 마이크론이 176단 낸드 양산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강조하던 ‘메모리반도체 초격차’ 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00단 이상 낸드 개발을 알림으로써 이런 우려를 단번에 일축시켰다. 향후 낸드시장 재편 과정에서도 1등기업의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D램시장은 삼성전자가 크게 우위를 보이는 가운데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 기업이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과점구도로 굳어진 지 오래다.
이와 달리 낸드시장에서는 가장 점유율이 앞선 삼성전자를 공략하기 위한 경쟁기업들의 이합집산이 활발하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낸드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3.5%, 키옥시아 18.7%, 웨스턴디지털 14.7%, SK하이닉스 12.3%, 마이크론 11.1%, 인텔 7.5% 등으로 집계됐다.
이런 경쟁구도는 곧 대폭 바뀔 공산이 크다. SK하이닉스가 올해 말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하면 단순합산 기준 점유율에서 키옥시아를 넘어 시장 2위에 올라서게 된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이 키옥시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삼성전자에 견줄 만한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할 가능성이 나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낸드 기술의 초격차를 유지하는 일이 더 중요해진 이유다.
앞선 낸드 기술은 반도체사업 수익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낸드의 셀을 많이 쌓을수록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저장공간을 구현할 수 있어 생산성이 향상된다. 삼성전자처럼 고단 낸드기술을 확보한 기업이 원가 경쟁에 유리해진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또 경쟁사와 같은 단수의 낸드를 만들어도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낸드 단일 층의 높이가 낮을수록 원가 경쟁력에서 유리하다”며 “삼성전자는 낸드 층의 높이에서 경쟁사 대비 15% 낮기 때문에 다른 기업과 비교해 높은 수준의 낸드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