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숙 화일약품 각자대표이사가 새로운 사업을 통해 원료의약품사업의 체질 바꾸기를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 대표는 화일약품의 지배력도 한층 더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조 대표 체제의
화일약품이 의료용 대마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은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나온다.
화일약품은 4월 증자를 통해 오성첨단소재의 자회사 카나비스메디칼 지분 49.15%를 확보하며 의료용 대마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 대표는 오성첨단소재의 사내이사이기도 하다.
카나비스메디칼은 2018년부터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의료용 대마를 활용한 연구개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화일약품은 국내에서 대마 관련 제품을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의료용 치료제, 먹는 의약품, 뷰티제품 등에 접목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현행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마란 대마초와 그 수지, 대마초 또는 그 수지를 원료로 하여 제조된 모든 제품 등을 가리키는데 모두 마약류로 분류된다.
다만 공무, 학술연구 또는 의료 목적을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승인을 받았을 때에만 대마의 수출입, 제조, 매매 및 매매 알선이 가능하다.
최근 경북 안동시에 있는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에서 산업용 헴프의 안전성과 산업화를 검증하는 작업이 이뤄지면서 의료용 대마의 합법적 사용에 관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헴프는 환각성분(THC) 0.3% 미만 대마식물과 그 추출물을 의미하는데 이 헴프에서 칸나비디올(CBD, 대마오일)을 추출할 수 있다. 칸나비디올은 최근 뇌전증, 치매, 신경질환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의료용 대마 합법화 국가가 북미, 유럽, 이스라엘 등 56개 국에 이르는데다 글로벌시장 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칸나비디올시장 규모는 2028년 15조 원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화일약품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에 창고물류업, 유가증권 및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창업자에 대한 투자, 투자회사에 대한 경영관리 등의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조 대표가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최고경영자과정을 마쳤으며 경영컨설팅업체를 오랫동안 운영해 왔다는 점을 앞세워 화일약품의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 대표는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경영컨설팅업체인 이스티버건디를 시작으로 오성첨단소재-에스맥·금호에이치티-다이노나-화일약품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있다.
조 대표는 다이노나, 에스맥, 오성첨단소재를 통해 화일약품 지분 28.11%를 보유하고 있다.
화일약품은 그동안 원료의약품사업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80% 이상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2020년 9월 박필준 전 대표이사가 사임하면서 화일약품이 원료의약품사업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원료의약품시장에서는 대표이사의 네트워크가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화일약품은 박필준 전 대표가 40년 이상 근무하며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에 기반해 원료의약품사업의 역량을 키워왔다.
박 전 대표는 화일약품에서 나간 뒤 의약품유통기업 휴먼메디칼써플라이에서 최고경영자 직책을 맡고 있으며 올해 5월에는 원료의약품기업인 원풍약품의 지분 29.71%를 사들이며 3대주주에 올라 원료의약품업계에서 다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화일약품은 올해 1분기 매출 259억 원, 영업이익 8억 원을 거뒀는데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29.8%, 영업이익은 66.7% 급감했다.
이는 원료의약품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탓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분기 원료의약품 130억 원어치를 생산한 화일약품은 올해 1분기에는 81억 원어치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