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실적 회복을 넘어 자력으로 재무개선까지 이룰 수 있을까?
올해는 실적 회복 전망에 힘이 실리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악화된 재무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는 역부족인 만큼 공적자금 투입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5일 금융권 분석을 종합하면 올해 국제유가는 상승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에 따른 세계적 경제 타격이 회복 움직임을 보이면서 원유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성동원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21년 1분기 석유, 가스시장 분기보고서’에서 “2021년 평균 국제유가(WTI 기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각국 경기부양책 등에 따른 수요 회복 기대감으로 지난해보다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바라봤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하반기 배럴당 30~40달러 정도에서 움직이다가 올해 4월 아후에는 배럴당 60달러 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4월28일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에게 국제유가 상승은 반가운 일이다. 두 곳 모두 지난해 국제유가가 낮은 수준에 머무르면서 실적에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를 보면 가스공사는 2019년 순이익 583억 원을 냈다가 2020년 순손실 1607억 원을 봤다.
석유공사는 순손실이 2019년 1548억 원에서 2020년 2조4392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국제유가 하락과 해외 석유개발자산의 평가손실 증가 등에 영향을 받았다.
올해 국제유가가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세계적으로 수요의 상승요인이 많은 만큼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실적은 지난해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제는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재무상황이 한두해의 실적 개선으로 회복이 어려울 만큼 악화돼 있다는 점이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1979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부채가 자산을 넘어서는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전체 부채 18조6449억 원 가운데 이자를 부담하는 부채규모는 14조6685억 원이다. 연간 이자비용만 4천억 원을 웃돈다.
가스공사 역시 2020년 말 기준으로 부채가 28조1746억 원에 이른다. 부채비율은 364.24%로 글로벌 가스기업 수준의 부채비율인 280%를 웃돈다.
부채비율을 줄여야 하지만 2064년까지 투자가 진행되는 캐나다 LNG 생산사업, 2047년까지 진행되는 모잠비크 코랄 투자 등 앞으로 투자해야 할 해외자원 개발사업을 고려하면 오히려 돈을 더 써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석유공사가 2064년까지 해외자원 개발에 투자해야 할 돈은 50억7400만 달러로 추산된다.
결국 가스공사와 석유공사의 재무상태를 놓고는 단순한 실적 정상화나 자체적 구조조정으로는 개선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해외자원개발혁신 2차태스크포스는 4월28일 정부에 제출한 권고안을 통해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권고안에는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우량자산 분리운영, 구조조정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필요하다면 정부가 지원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의 지원에 부정적이었던 1차 태스크포스의 권고안과 비교하면 2차 태스크포스의 권고안에서는 ‘선 구조조정, 후 정부지원’ 원칙을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태도가 바뀐 셈이다.
박중구 해외자원개발혁신 2차 태스크포스 위원장은 정부가 고강도 구조조정을 전제로 석유공사에 최소한의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을 발표하며 “이러한 거버넌스 개편 없이는 석유공사 혼자 힘으로 완전자본잠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