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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공룡 스포티파이 한국에서 초반 고전, 추천기능만으로는 역부족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2021-04-1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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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음원 공룡으로 불리는 스포티파이가 한국 음악서비스시장에서 안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파이는 올해 2월 초 한국에서 서비스를 출시해 무료이용권을 제공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이용자들을 유인하는 데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음원공룡 스포티파이 한국에서 초반 고전, 추천기능만으로는 역부족
▲ 스포티파이 로고.

일각에서는 스포티파이도 애플뮤직과 비슷한 길을 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선이 나온다.

애플뮤직은 세계 음악서비스시장에서 스포티파이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플랫폼이지만 한국 음악서비스시장에서는 서비스 출시 5년이 지나는 동안에도 점유율이 1~2% 수준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18일 시장조사기관 통계 등을 살펴보면 한국 음악서비스시장은 카카오의 멜론, KT의 지니뮤직, SK텔레콤의 플로 등 토종 서비스가 시장의 70%가량을 차지하고 흔들림 없는 지배력을 보여주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한국에서 서비스가 석 달째에 접어들었는데 시장 점유율은 1%가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빅데이터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올해 2월2일 출시 첫 날 하루 이용자 수(DAU)가 9만2427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한 달여 뒤에는 하루 이용자 수가 4만3128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그 뒤로도 크게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한국시장에서도 고도화된 추천시스템을 통한 개인화서비스를 사업전략으로 앞세우고 있다.

박상욱 스포티파이 한국 매니징디렉터는 올해 2월8일 기자간담회에서 “스포티파이의 성공전략은 ‘개인화’다”며 “직접 사용해보면 충분한 메리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스포티파이는 일단 한국 이용자들을 플랫폼에 끌어들이는 것부터 고전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이 이미 익숙한 멜론, 지니뮤직 등 플랫폼을 등지고 스포티파이를 선택하게 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벽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한국 버전의 서비스에서 기능상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는 점은 서둘러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꼽힌다.

실제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의 스포티파이 애플리케이션(앱) 평가란과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살펴보면 노래 제목과 가사 등에 한국어 지원이 미흡하고 플랫폼서비스 환경이 불안정하다는 불만들이 눈에 띈다.

앱에 로그인 자체가 잘 안 되는 문제, 네트워크 연결이 끊기고 음악 재생이 안 되는 문제, 검색의 불편함 등 기능의 오류 등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는 글들도 보인다.

한 누리꾼은 “음악 추천기능 등은 좋은데 사용자환경(UI)부분에서 명확하게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플랫폼 화면에 현재 듣고 있는 노래 정보가 안 나와서 이게 무슨 노래인지 다음 곡은 뭔지 확인이 안 된다”며 “이런 일이 너무 빈번하다”고 비판했다.

서비스 출시 초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점들은 고쳐나가면 될 사안이지만 문제는 무료체험 이용자들이 유료서비스 사용으로 연결되지 않고 플랫폼을 떠나가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스포티파이는 이미 시장을 선점한 한국 토종 음악서비스앱들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도 떨어진다.

스포티파이는 한국에서 한 달 이용료 1만900원인 ‘프리미엄 개인’, 한 달 이용료 1만6350원의 ‘프리미엄 듀오’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듀오는 2인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8천 원이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멜론이나 지니뮤직, 플로의 스트리밍 전용 서비스 한 달 이용료가 7900원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비슷한 가격이다.

하지만 한국 토종 서비스들은 이통사와 제휴할인을 비롯해 다양한 할인을 해준다. 

다만 스포티파이는 애플뮤직과 달리 한국 음원 확보에 성공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라이선싱 계약 갱신을 놓고 마찰을 빚어 3월 아이유씨 등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유통하는 한국 가수들의 음악 서비스가 중단됐지만 열흘 만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소비자들은 케이팝 등 국내 음악 소비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 음악 산업백서'에 따르면 2020년 한국 음원 이용자들이 즐겨듣는 국가별 음악으로는 한국 대중음악이 95.3%로(1·2순위 합산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영어권 음악이 73.7%, 일본 음악이 6.5%, 중국 및 대만 등 중화권 음악이 1.9%를 차지했다.

스포티파이는 최근 음악서비스시장의 화두인 팟캐스트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에서는 올해 스포티파이 팟캐스트 청취율이 현재 시장 1위인 애플을 제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팟캐스트는 인터넷망을 통해 라디오와 같은 오디오방송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스포티파이는 한국에서도 올해 안에 팟캐스트 서비스를 추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스포티파이는 2019년 팟캐스트 콘텐츠 제작기업으로 유명한 ‘김릿미디어’와 세계 팟캐스트 40%가량의 유통을 담당하는 팟캐스트서비스 전문기업 ‘앵커’를 인수했다. 최근에는 라이브 오디오 앱 ‘락커품’ 개발기업인 베티랩스를 인수했다. 락커룸은 스포츠 선수와 팬들이 모여 스포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음성 바탕의 앱이다. 

박상욱 스포티파이 한국 매니징디렉터는 3월24일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인터뷰에서 한국 음악서비스시장에서 단거리 경주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디렉터는 “한국의 음악서비스시장은 특수하고 복잡한 편이고 시장 자체의 성숙도도 높다”며 “한국시장만의 특수성을 고려해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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