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CJ그룹 안팎에 따르면 CJ그룹이 신년사에서 ESG라는 단어를 처음 공식적으로 담아 ESG를 올해의 주요 경영화두로 던졌다는 시선이 나온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2021년 신년사에서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환경, 인권, 노동부문에서 규제 강화가 예상되면 자본시장에서는 ESG에 대한 요구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기후, 환경문제를 중시하고 있고 글로벌 투자회사들이 ESG를 투자의 중요한 척도로 삼고 있는 점을 CJ그룹도 직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현 회장도 과거 “불황일수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2005년 CJ나눔재단을 세워 이사장에 오르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CJ그룹은 최근 각 계열사에서 ESG경영 강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주사 CJ는 2020년 말 처음으로 배당정책을 명문화하면서 주주친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즉석밥 ‘햇반’의 용기 두께를 줄여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환경친화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CJ 관계자는 “각 계열사별로 ESG 전담조직을 구성하는 등 ESG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지주회사 차원에서 ESG위원회 설치는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2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CJ는 ESG에 잘 대응하고 있는 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CJ그룹 등 유통기업들의 ESG경영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를 받는다. ESG가 처음에는 환경 측면에서 부각되다보니 과거에는 화학물질을 배출하는 ‘중후장대’ 제조업에서 강조돼왔기 때문이다.
또 유통기업 특성상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점은 G(지배구조) 측면에서 감점요인이 될 수 있다.
CJ프레시웨이의 내부거래 비중은 약 16%로 공정거래위원회 감시대상에 속한다. CJ씨푸드는 CJ제일제당과 CJ프레시웨이 등에서 거두는 매출비중이 전체 매출의 90%에 이른다.
계열사 스튜디오드래곤의 내부거래 비중도 40%에 이른다. 이 때문에 스튜디오드래곤은 CJ그룹 계열인 OCN과 tvN에 의존하는 매출을 지상파, 넷플릭스 등으로 다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CJ대한통운의 택배기사 과로사문제도 ESG 측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CJ대한통운 소속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잇따르자 올해 1월 CJ대한통운의 사회책임 등급을 ‘B+’에서 ‘B’로 하향 조정했다.
또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위원회는 1월 CJ대한통운을 ESG 문제기업 가운데 한 곳으로 꼽고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를 추천하자는 안건을 내놓기도 했다. 사외이사 추천안건은 추후에 다시 논의되기로 결정했지만 국민연금이 이번 CJ대한통운의 3월 주주총회에서 직접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CJ대한통운 지분 9.19%를 보유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ESG중심 경영을 위해 택배기사의 산재보험 가입 유도, 건강검진 지원, 상생협력기금 마련, 자동화 설비 구축 가속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또 택배 집하방식에서 개별입고를 공동입고로 바꿔 탄소배출량을 절감해 환경문제도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현재 택배비 인상,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 등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2차 합의문 도출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나온 1차 합의문에 따라 분류지원 인력 4천 명을 투입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