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 전기차배터리의 핵심소재인 동박사업을 팔아버린 ‘멍에’를 벗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S엠트론은 동박사업 매각 뒤 3년째 영업손실을 지속하며 LS그룹의 전체 실적을 끌어내리는 계열사가 됐다. 매각 이후 짧은 시간 안에 동박사업이 급격한 성장을 시작했다는 점은 경영자로서 평가에도 흠집이 될 수 있다.
14일 재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LS그룹은 올해 들어 오너경영진의 세대교체를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자은 회장은 LS그룹 다음 총수로 유력하게 꼽히는데 그 전에 LS엠트론 실적 부진을 해결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LS엠트론은 2020년 3분기만 해도 영업이익을 내며 실적 회복 흐름을 보였다. 그런데 4분기 다시 영업손실 156억 원을 내며 연간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LS엠트론은 2021년에는 북미지역의 중소형 트랙터 수요 증가, 고급 사출기 판매 호조 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농기계사업의 성장 한계로 낮은 수익성을 지속할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이런 점에서 실적 자체보다 농기계사업이 4차산업혁명시대 회사의 미래 성장을 이끌고 갈 수 있는 분야인가를 두고 구 회장이 비판적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회장은 2017년 LS엠트론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주도해 동박사업을 정리하고 트랙터·사출기 등 기계전문 회사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구 회장은 “4차산업혁명 등에 급변하는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우리의 강점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발전방향을 마련했다"며 "LS엠트론을 기계산업의 강자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LS엠트론은 사업구조 변경 뒤 2018년부터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를 돌아섰다.
반면 LS엠트론이 매각한 동박사업은 세계 각 국가의 친환경정책 기조를 등에 업고 전기차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성장의 모터를 달았다.
결과적으로 LS엠트론의 동박사업을 품에 안은 SK그룹 계열사 SKC는 동박사업 실적이 완전히 반영된 2020년 회사 전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6.5% 늘어났다.
LS그룹과 SK그룹이 모두 전기차부품, 소재 등을 미래 성장동력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LS엠트론의 동박사업 매각은 LS그룹에 아쉬운 결정으로 계속 남을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수요는 한 해 평균 19% 증가하면서 2030년에는 전기차가 전체 자동차시장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전기차배터리시장 규모는 2021년 56조 원, 2022년 71조 원, 2023년 95조 원 수준으로 확대되고 동박시장 규모도 2019년 19만 톤에서 2030년 162만 톤으로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LS엠트론은 구 회장이 처음으로 독자경영을 맡은 계열사다.
구 회장은 1990년 LG칼텍스정유에 입사해 LG전자 미주법인, 상하이지사 등을 거쳤고 계열분리 뒤 LS그룹에서 LS전선에 몸을 담았다.
2014년 LS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LS엠트론 사업부문 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2015년부터 LS엠트론 대표이사 부회장, 이사회 의장을 겸직했다.
2018년에는 LS엠트론 회장에 오르고 지주회사 LS에서 미래혁신단 단장을 맡으며 그룹의 다음 총수후보로 행보를 본격화했다.
구 회장은 1~2년 뒤 LS그룹 총수로 유려하게 꼽히는 만큼 먼저 경영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LS그룹은 올해 구본규 LS엠트론 대표이사,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 등 오너3세들이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앉았다.
구자열 LS그룹 회장 전에 총수를 맡았던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은 올해 들어 지주회사 LS 지분을 줄이고 LS전선아시아, 예스코홀딩스 주식은 모두 처분했다.
LS그룹의 사촌경영 기조를 볼 때 다음 회장후보로 꼽히는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은 2022년~2023년 그룹 총수 자리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