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은행권을 비롯한 전통적 금융권과 빅테크 사이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마이데이터뿐만 아니라 마이페이먼트, 종합지급결제사업 등 추가적 금융시장 개방조치가 논의되고 있어 금융 플랫폼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 (왼쪽부터)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가 금융 플랫폼 선점을 놓고 금융권뿐만 아니라 비금융권까지 가세해 대격돌의 시대로 접어드는 첫 해가 될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마이데이터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그동안 금융사의 울타리 안에 있던 금융시장에 자본과 기술로 무장한 빅테크기업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핀테크업체들의 진입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마이데이터사업은 여러 곳에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모아 고객 맞춤형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마이데이터가 활성화되면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사라져 하나의 플랫폼에서 다양한 일처리를 한 번에 할 수 있게 된다.
빅테크가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대응해 은행도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음식 주문, 부동산서비스, 쇼핑 등을 아우르는 금융·생활 플랫폼으로 변화를 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앞서 금융위는 27일 금융사와 핀테크 등 28개 기업에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내줬다.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은 업체는 2월5일부터 본격적으로 마이데이터사업을 시작한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도 신년사에서 입을 모아 빅테크와 경쟁을 전망하고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금융권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플랫폼 경쟁 본격화로 올해는 마이데이터, 마이페이먼트 등 스몰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한 빅테크와 치열한 고객 접점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올해는 마이데이터나 종합지급결제업서비스가 본격 시작되면서 수많은 빅테크 및 핀테크기업들이 금융업의 벽을 허물고 우리와 혁신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혁신적 기술을 활용한 전사적 디지털 전환으로 플랫폼을 혁신하고 디지털 금융그룹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마이데이터산업 활성화 등으로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 금융 플랫폼 구축 등 시장 선점경쟁이 치열해지고 빅테크·핀테크기업과 무한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마이데이터사업의 본격 시행과 더불어 국회 논의를 눈앞에 둔 마이페이먼트 시행 및 종합지급결제업 확대 등이 추진되면서 금융업계의 급격한 구도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자금융거래법 전면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마이페이먼트(지급지시전달업), 종합지급결제업 라이선스 등 추가적 금융시장 개방조치가 본격화된다.
마이페이먼트는 결제자금이 없더라도 거래정보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현재 토스나 카카오페이 등은 연결 은행계좌에서 먼저 금액을 선불로 충전한 뒤 결제 및 송금이 가능하다. 마이페이먼트가 도입되면 소비자가 상점 등과 거래를 할 때 마이페이먼트사업자가 지급 지시를 해 은행이 소비자 계좌에서 가맹점 계좌로 바로 입금을 하는 구조다.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현재 은행만 개설할 수 있는 결제계좌를 직접 발급·관리할 수 있게 된다.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빅테크와 핀테크업체가 예금과 대출을 제외한 은행업무를 대부분 할 수 있는 ‘준은행’이 되는 셈이다.
전통적 금융거래의 기반이었던 계좌가 없어도 고객의 금융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이 디지털채널에 구현되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