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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3사 지금은 수익보다 도크 채울 때, 건조가격 오를 조건 만든다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1-01-3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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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도크(선박 건조시설)를 서둘러 채워 올해 선박 건조가격이 오를 여건을 만드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3사의 도크 운용이 최근 빡빡해지고 있는데 조선사의 도크에 대기물량이 더욱 늘어날수록 선박 건조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조선3사가 올해 선박 건조가격을 올려서 수주를 하면 2~3년 뒤 수익성이 한층 좋아질 수 있다.
 
조선3사 지금은 수익보다 도크 채울 때, 건조가격 오를 조건 만든다
▲ (왼쪽부터)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3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2021년 초 국내 조선사들이 새로 수주한 선박들의 가격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2021년 1월의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수주를 예로 들면 한국조선해양은 1척을 1989억 원에, 삼성중공업은 1척을 1993억 원에 각각 수주했다.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12월 LNG운반선 1척을 2143억 원에, 삼성중공업은 2019년 10월 LNG운반선 2척을 1척당 2426억 원에 수주했었다. 과거 수주이력과 비교하면 올해 선박 수주가격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를 놓고 두 조선사 관계자는 “이는 최근 달러 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하락)에 데 따른 것이다”며 “선박 건조가격은 선주들의 요청 사양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데 이번에 수주한 선박들은 표준설계를 적용해 건조원가를 낮출 수 있어 수익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조선3사는 선박기자재를 대부분 국산화한 만큼 건조원가를 원화로 산출하고 원화를 기준으로 발주처와 선박 건조가격을 협상한다. 그러면서도 수주계약은 달러로 표시해 맺는다.

이를 고려하면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LNG운반선은 원/달러환율 하락 탓에 원화 표시 건조가격이 낮게 매겨졌으며 두 조선사는 이 건조가격 하락분을 표준화된 선박 설계의 적용으로 메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조선3사가 선박 건조가격을 올려 받아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요인이다. 발주처 입장에서는 달러화의 가치가 낮아지면 원화 기준으로 같은 가치의 선박을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달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조선3사는 선박 건조가격을 올려 받지 않는 대신 표준화된 설계를 활용해 설계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분만큼 감소한 수익성을 보충하는 방식의 수주계약을 맺었다. 이는 선주사의 선박 발주를 유도하는 계약조건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조선3사가 환율 변동에 따른 선박 건조가격 상승효과를 보는 대신 수요와 공급상황 변화에 따른 더 큰 폭의 가격 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도크를 서둘러 채우려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달러 가치가 낮아진 최근 상황을 물량 확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3사의 수주가 늘면 조선3사 도크의 여유 슬롯(작업공간)은 줄어든다.

LNG운반선의 경우는 조선3사가 이미 2024년 이후의 인도물량을 수주하고 있다. 2021년이 지나면 백로그(수주물량이 수주잔고에 남아있는 기간)가 5~7년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LNG운반선 1척 건조에 2년 정도가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선3사가 확보한 물량이 꽤 많다고 볼 수 있다.

조선3사가 도크에 작업 대기물량이 가득 차 있는 상황을 발주처와 진행할 선박 건조계약에서 가격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조선3사가 이런 전략을 펼칠 만한 이유도 있다.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2020년 12월 기준 신조선가지수는 126포인트로 2020년 1월보다 4포인트나 떨어졌다.

신조선가지수는 1988년 1월의 선박 건조비용을 100으로 놓고 매달 가격을 비교한 수치다. 한 해에 4포인트가 떨어진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을 정도로 큰 폭의 가격 하락이다.

조선사들이 수주한 선박은 2~3년 뒤의 매출실적으로 이어진다. 조선3사는 지난해 낮은 가격에 선박들을 수주한 만큼 미래 실적과 관련한 불안요소를 품고 있는 셈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3사가 시급하게 지난해 선박 건조가격 하락분을 회복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실적이 흔들린다”며 “조선3사는 환율상 선박 발주에 좋은 환경이 조성된 현재 시점에서 수주물량을 일단 축적한 뒤 일제히 선박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박시장의 환경은 조선3사에 긍정적이다.

클락슨리서치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기저효과로 올해 톤마일이 2020년보다 액체화물운반선(탱커)은 5.2%, 컨테이너선은 5%씩 각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톤마일은 해운시장에서 수요를 나타내는 지표다.

그러나 이 선박들의 2021년 선복량(배가 실을 수 있는 화물 총량) 증가율은 각각 3.7%, 2%에 그친다. 선복량은 해운시장에서 공급에 해당하는 지표다.
 
조선3사 지금은 수익보다 도크 채울 때, 건조가격 오를 조건 만든다
▲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한국조선해양>

수요-공급의 법칙에 비춰 보면 올해 선박시장에서 물자를 실어나를 배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뜻이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환경규제 강화로 노후선박의 해체량이 늘면 선박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질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조선3사가 2020년 6월 합산 100척 이상의 건조 슬롯을 예약받았던 카타르 LNG운반선이 올해부터 발주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는 지난해 건조의향서(LOI)를 확보하고도 계약을 마무리짓지 못했던 LNG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도 있다.

조선3사 도크가 빠르게 채워질수록 선박 건조계약에서 조선3사의 목소리가 커지는 시점도 앞당겨질 수 있다. 최근의 선박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그 시점이 멀리 있지 않은 것으로도 보인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반화물선 운임지수(드라이벌크 지수, BDI)가 급등하면서 중국 조선사들마저 일감을 확보하기 시작했다”며 “선박시장은 수요자(선사) 우위에서 곧 공급자(조선사) 우위 시장으로 선회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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