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이 지난해 공공공사 수주실적 1위에 오른 자신감을 바탕으로 올해는 분양계획을 늘리며 주택사업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서재환 금호산업 대표이사 사장은 아시아나항공이 빠져나가고 금호고속과 금호산업만 남아 사실상 그룹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된 금호그룹에서 금호산업의 성장을 책임져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 주택사업과 공공공사를 이끌며 실적 개선에 속도를 붙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호산업에 따르면 올해 주택 5800세대를 분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보다 1천 세대가 늘어난 목표다. 금호산업은 다만 소폭의 변동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올해 목표로 세운 5800세대는 2015년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금호산업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평균 2100세대의 주택을 공급하는 데 그쳤다.
2019년에는 5250세대, 2020년에는 4800세대를 분양하며 5천 세대 안팎의 분양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서재환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진행되면서 금호산업의 성장을 본업인 건설업에서 이뤄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5천 세대 규모의 분양성과를 내는 일은 절실하다. 분양은 계약금, 중도금, 잔금 납입이 순차적으로 이뤄져 분양 이후 2~3년 동안 실적에 반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금호산업이 본업을 통해 실적이 안정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김현욱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이슈에 금호산업 본업의 경쟁력이 가려져 있다"며 "아파트 분양과 공항공사 발주 확대를 통해 지속적 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신서정 SK증권 연구원도 "금호산업의 2021년은 주택공급 확대로 본업에 관한 경쟁력이 더욱 부각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바라봤다.
SK증권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2021년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4억 원, 영업이익 999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늘어난 주택분양실적에 힘입어 지난해 실적 추정치보다 매출은 11.2%, 영업이익은 31.7% 늘어나는 수치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공공공사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이며 본업 경쟁력을 확인했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조달청이 발주한 공공공사 수주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금호산업은 8260억 원의 공공공사를 따냈으며 태영건설(7600억 원), 한진중공업(7362억 원), 동부건설(7262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금호산업은 올해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증가와 함께 공공공사의 강점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사회간접자본 예산으로 26조5천억 원을 편성했다. 지난해(23조2천억 원)보다 3조 원 이상 늘어났다.
금호그룹은
박삼구 전 회장-금호고속-금호산업의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금호고속은 보유자산 대부분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한 상태이고 코로나19로 경영도 악화해 전망이 밝지 않다.
서재환 사장은 금호그룹의 사실상 마지막 수익원인 금호산업의 실적을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서 사장은 2016년 7월부터 금호산업 대표이사를 맡아 금호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호산업은 2017년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과 비교해 모두 줄었지만 2018년부터는 지속적으로 두 지표를 모두 개선하고 있다.
서 사장은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회복하는 데도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건설사 인지도가 중요한 주택사업에서 큰 영향을 준다. 금호산업은 2015년 말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뒤 2017년 시공능력평가 15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지난해 23위까지 밀렸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12월 바이러스를 차단하고 재택근무 공간을 포함해 코로나19 상황에 유용한 주택 평면디자인을 내놓으며 주택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서 사장이 올해부터 금호산업으로 자리를 옮긴
박세창 사장과 함께 어떤 방식으로 금호산업 성장을 도모할지도 주목된다.
박세창 사장은
박삼구 전 회장의 장남이다.
경영관리본부와 감사팀을 총괄하게 된 박 사장은 금호타이어, 그룹 전략경영실, 아시아나IDT 등을 거쳐 건설업 경험이 없다. 따라서 금호산업으로 자리를 옮긴 뒤 일정 시간은 사업 전반을 파악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금호산업은 본업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며 "당장은 신사업 등을 펼치기보다 주택사업 수주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