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규 하나은행장이 소비자 보호체계를 손질하며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에 대비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조직의 한 축을 법률 전문가로 채운 점도 금융소비자보호법을 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4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 행장이 2021년 조직개편에서 소비자 보호조직을 확대 개편한 것을 두고 금융상품 판매에서 움츠러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시선이 나온다.
올해 3월 징벌적 과징금, 청약철회권 등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면 은행들이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부담이 커진다.
그동안 은행들은 저금리기조에 순이자마진을 높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출을 늘리며 실적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대출 만기연장 등으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대출의 부실 등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면서 대출 증가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부담스럽지만 금융상품 판매를 통한 비이자이익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사모펀드 판매를 다시 시작한 만큼 금융소비자 보호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지 행장은 2021년 조직개편을 통해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을 신설하고 그룹장으로 이인영 변호사를 외부에서 영입했다. 이 그룹장은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법학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금융 시니어 변호사로 일한 법률 전문가다.
2020년 조직개편으로 소비자보호그룹 그룹장과 손님행복본부 본부장을 독립적으로 분리했는데 1년 만에 다시 소비자 보호조직을 손질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미리 방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일 ‘2021년 은행산업 전망과 경영과제’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면 불완전판매 등이 발생하면 입증책임이 은행에 부과돼 소송에서 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고 바라봤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이 고객의 관점에서 고객의 위험을 관리해 최적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도록 돕는 업무를 맡게 되면서 기존 소비자 보호조직이었던 ‘소비자보호그룹’은 ‘손님행복그룹’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노유정 손님행복본부장이 그룹장에 올랐다.
노 그룹장은 하나은행 금융소비자보호부 부장, 손님행복본부장 등 금융소비자 보호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하나은행은 2019년과 2020년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은 불명예를 벗어야 한다. 금감원 평가에서 2년 연속 ‘미흡’ 등급을 받은 곳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