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의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서둘러 은행장 후보를 결정하고 이사회, 주주총회 등 관련 절차를 마칠 필요가 있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이어 NH농협은행 은행장 선임도 마무리가 되면 이성희 회장이 금융지주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은행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는 인사들이 주로 이 회장의 지역기반인 경기 또는 영남권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경기 출신이면서 대구·경북지역 등 영남권 조합장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당선됐다.
금융지주와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수장에 '자기사람'을 앉히는 셈이다.
다음 NH농협은행 행장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을 살펴보면 먼저 권준학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 상무가 유력하게 꼽힌다.
권 상무는 평택고등학교와 경희대학교를 졸업한 뒤 농협 평택군지부에 입사했다. 농협 권선동지점장, 평택시지부장, NH농협은행 경기영업본부 마케팅부장, 경기본부장 등을 지낸 대표적 경기권 인사다. 이 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은행 부행장으로 있던 권 상무를 올해 초 농협중앙회의 핵심부서인 기획조정본부로 불러들인 것도 이 회장이다.
권 상무 이외에 장승현 NH농협은행 수석부행장과 이재식 농협중앙회 상호금융대표이사 등도 후보군으로 여겨진다.
장 부행장은 경남 김해 출신으로 동아고등학교, 서울대 농업경제학과를 나왔다. 농협중앙회 경남검사국장과 경남경영지원부장 등을 지냈다.
올해 초 수석부행장에 올라 이대훈 전 은행장이 사임한 뒤 한동안 직무대행체제를 이끈 경험이 있다. 당시 은행장 후보로도 거론됐으나 부행장 경력이 짧아 최종 선임까지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재식 대표는 경북대학교를 졸업한 경북 출신이다. 이 대표는 농협중앙회 회원종합지원부장과 준법지원부 준법감시인, 대구농협지역본부장, 농협중앙회 미래경영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이 회장 취임 이후 상호금융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이대훈 전 은행장이 상호금융대표에서 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겼던 적이 있는 만큼 이 대표도 은행장에 선임될 가능성이 있다.
경기지역이나 영남권 인사 이외에는 김형신 NH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부사장)이 거명된다. 김주하 전 은행장, 이경섭 전 은행장, 손병환 은행장 등 지주 부사장에서 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긴 사례가 많다.
이에 앞서 NH농협금융지주는 NH농협생명 대표에 경기지역 인사인 김인태 NH농협금융지주 경영기획부문장(부사장)을 내정하고 김 부사장의 후임으로 영남권 인사인 배부열 NH농협은행 대구영업본부장을 올렸다.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최근 NH농협금융지주의 인사 흐름을 볼 때 이 회장이 친정체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시선이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에서는 중앙회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말하지만 농협은행장 선임에는 중앙회장의 의중이 많이 작용한다"며 "관료출신이 아닌 내부인물이 지주 회장에 오르는 데다 임원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하는 금융지주 사외이사진에 이성희 회장의 영향력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NH농협금융지주의 의사결정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이달 초 새 사외이사로 이종백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선임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이사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이 회장과 함께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회장도 2008년부터 감사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이 이사와 같은 기간 감사위원으로 일했다.
더욱이 이 이사를 추천한 인물이 현 NH농협금융지주 비상임이사인 정재영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도 낙생농협 3선 조합장을 지낸 바 있다.
NH농협금융지주 비상임이사는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지주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이 이사의 선임에는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이사가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에 합류하면서 NH농협금융지주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이 회장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 둘이나 있게 됐다. 김병원 전 회장 시절에는 김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여겨지던 유남영(정읍농협 조합장) 비상임이사가 이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