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이 흑자를 바라보는 상황에서 그동안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고통분담을 해온 노조의 기대가 높아진 셈인데 배 사장으로서는 채권단 시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15일 해운업계에서는 조합원 수가 많은 HMM 해원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면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배 사장이 어떻게 설득할지 주목하고 있다.
HMM 해원노조는 인건비가 HMM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3%정도로 비중이 매우 적은 데도 불구하고 회사가 인건비를 줄여 부채를 상환하려고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HMM은 해상에서 일하는 선원들을 대상으로 2015년부터 임금을 동결해왔다.
HMM 해원노조는 임금이 동결된 6년의 기간을 고려해 달라며 8% 정도의 임금인상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30억 원 안팎이 될 것이라고 노조는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이 올해 거둘 영업이익 전망치는 평균 8210억 원으로 파악된다. 2010년 이후 10년 만에 영업흑자를 내는 것이다. 매출은 6조1965억 원으로 2019년보다 12.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정근 HMM 해원노조 위원장은 “HMM은 지난 6년 동안 임금을 동결했고 배에 머무를 때 필요한 식비도 10년 넘게 동결해왔다”며 “직원들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실적 회복을 위해 노력해 왔는데 회사 측이 제시한 1% 인상안은 직원들을 기만하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HMM은 컨테이너 설비와 선박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이 설비들이 원활하고 안전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경력과 기술을 갖춘 고급인력들에도 당연히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HMM 선원들은 통상 6개월 단위로 바다에 나가는데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선박이 입항하지 못하고 떠도는 일도 많아지면서 최대 1년 동안 배에서 내리지 못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재훈 사장은 2020년 신년사에서 “직원 행복이 바탕이 돼야 고객이 기대하는 이상의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다”며 직원들의 복지를 강조해왔는데 이번에 노조와 갈등을 빚으면서 소통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HMM 해원노조는 1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상태로 10일 간의 조정기간을 거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조합원 결의를 거쳐 파업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선원법상 항해 중이거나 외국 항만에 기항 중인 상태에서는 파업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HMM 해원노조는 해상에 있는 노조원들의 경우 배가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면 파업에 동참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1976년 설립된 HMM에서 선원들이 파업에 나선 사례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HMM 해원노조에 따르면 HMM 회사 측과 임금협상안에 합의를 본다고 하더라도 채권단이 거절하게 되면 합의안이 무산된다.
배재훈 사장으로서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설득해 합의점을 찾아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HMM은 임금협상에 역량을 집중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HMM 관계자는 “회사가 장기간 어려워 선원들을 포함한 직원들이 고생한 것은 사실이다”면서 “다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노조의 의견을 모아 앞으로 있을 조정 과정에서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