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민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구조조정과 새로운 보수개편안 도입 과정을 놓고 충분한 합의 없이 일방적 통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필드협의회가 시위 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1780명의 전속 설계사 가운데 980여 명이 이번 시위에 찬성했다. 응답자 가운데서는 86%에 육박하는 대부분의 인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민 대표가 필드협의회의 소통 요구를 지속적으로 거부한 점도 이들의 불만을 키웠다.
이와 관련해 푸르덴셜생명 관계자는 "민 대표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도 지점방문, 타운홀미팅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임직원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며 "지점장을 통해서 현장 라이프플래너의 의견에도 귀기울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필드협의회 시위가 촉발된 결정적 계기는 민 대표가 11월 푸르덴셜생명 본사에서 열린 정기 이그제큐티브 라이프플래너 행사 참석을 거부한 일이다.
이그제큐티브 라이프플래너는 성과, 연차 등을 고려해 결정되는 설계사 직급체계에서 가장 윗단계에 해당하는 전속 설계사다. 전체 조직의 8%가량을 차지하고 보통 15~20년 근무한 설계사들로 구성된다.
푸르덴셜생명에서는 관례적으로 매년 이 행사에 사장이 참석해 신임 이그제큐티브 라이프플래너들에게 재킷을 입혀주며 성과를 격려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초청을 받은 민 대표를 비롯해 본사 인원 누구도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푸르덴셜생명 소속의 한 전속설계사는 "근무하는 건물에서 행사가 열렸음에도 본사 인원 누구도 참석하지 않은 것에 많은 라이프플래너가 실망했다"며 "민 대표가 라이프플래너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지속적으로 보이며 상호존중 문화라는 푸르덴셜생명의 핵심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르덴셜생명은 오랜 기간 외국계 보험사로 영업해오면서 영업일선에서 활동하는 설계사 중심 문화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르덴셜생명은 1991년 국내영업 시작과 동시에 업계 최초로 보험전문가 '라이프플래너'제도를 도입했다. 푸르덴셜생명의 전속 설계사는 4년제 대학졸업 요건을 갖추고 2년 이상의 직장경력을 지닌 이들을 선발해 체계적 관리를 통해 육성돼왔다.
그 결과 10년 이상 근속률이 50%에 육박하는 등 업계에서도 자긍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8월 푸르덴셜생명은 KB금융지주의 13번째 자회사이자 KB국민은행, KB증권,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의 뒤를 이어 자산규모 5위의 계열사가 됐다.
민기식 대표도 KB금융그룹의 16번째 CEO로 합류했다. 주력 계열사 대표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KB금융그룹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직접 푸르덴셜생명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알고 보험업계에 오래 몸담은 민 대표를 찾았다는 말도 나온다.
민 대표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푸르덴셜생명에서 부사장을 지낸 경험이 있다. 민 대표가 푸르덴셜생명 내부에 밝은 만큼 조직원들의 사기 진작 등 화학적 결합을 원만하게 이끌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취임 초반부터 설계사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대표가 KB금융 편입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고 내부조직을 안정시키는 임무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생명보험사 인수가 KB금융그룹뿐만 아니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숙원이었던 만큼 많은 푸르덴셜생명의 '핵심경쟁력'으로 분류되는 설계사와 갈등을 빚는 모양새는 민 대표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그룹은 푸르덴셜생명의 설계사 조직에 많은 기대를 품고 있다.
윤종규 회장은 합병 당시 "국내 최대 영업망을 보유한 KB금융과 생명보험 업계 최고 영업력을 보유한 푸르덴셜생명이 합쳐져 다양한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그룹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KB금융그룹은 푸르덴셜생명의 라이프플래너 조직을 ‘Mobile Wealth Manager’(모바일 웰스 매니저)로 활용해 자산관리분야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영업망 최일선에서 고객을 마주하는 전속설계사들의 불안과 불만이 커지는 만큼 민 대표가 나서서 이들과 파트너십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