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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드류 토이(Andrew Toy) 디바이드 최고경영자(CEO) |
구글이 기업용 모바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인 ‘디바이드’를 인수했다. 본격적으로 기업용 모바일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이미 자체 기업용 보안 솔루션인 ‘녹스’를 통해 B2B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와 경쟁이 예상된다.
◆ 구글, 보안문제 해결하며 B2B시장 공략 나서
구글은 19일 홈페이지와 이메일을 통해 디바이드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디바이드도 같은날 홈페이지에 구글 안드로이드팀에 들어가게 된다는 사실을 공지했다. 하지만 인수가격 등 자세한 거래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구글 대변인도 거래조건을 밝히는 것을 거부했다.
업계는 구글이 디바이드 인수를 통해 본격적으로 기업 모바일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구글이 뛰어들 수 있는 ‘B2B(기업 대 기업, business-to-business)’시장 규모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기기들은 지금까지 전 세계에 10억 대 이상 판매됐다. 또 전 세계에서 판매된 스마트폰 중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비중은 80%나 된다. 시장조사기업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전 세계 모바일 ‘BYOD’(Bring Your Own Device, 개인 스마트기기를 업무에 활용하는 것) 기기는 지난해 1억2380만 대에서 2016년 2억8천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구글이 B2B 장에서 성과를 내려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취약점인 보안문제 해결이 시급했다. 안드로이드는 개방된 운영체제라는 특성 때문에 애플에 비해 보안수준이 낮은 편이었다. 기업들이 안드로이드 스마트기기를 업무용으로 사용하려면 별도의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보안에 신경 쓰는 많은 기업들은 애플기기를 선호해왔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단순히 BYOD를 위한 서비스를 지원하는데 그치지 않을 거라고 전망한다. B2B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전반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Canalys)의 크리스 존스 애널리스트는 “구글은 디바이드를 통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보안과 통제기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인수는 현명한 선택이며 구글은 더 일찍 인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 시장 선점한 삼성전자, 구글과 경쟁하나
구글이 디바이드를 인수하면서 삼성전자와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4’에서 BYOD시장을 노린 자체 기업용 보안 솔루션인 ‘녹스(KNOX)’를 공개하며 한 발 앞서 시장공략에 나섰다. 녹스를 탑재한 삼성전자의 갤럭시S4는 미국 국방부 보안인증을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녹스는 ‘컨테이너’라 불리는 별도 공간을 만들어 개인용 공간과 업무용 공간을 분리한다는 점에서 디바이드와 거의 비슷하다. 녹스를 사용하는 일반 사용자들은 디바이드 사용자들처럼 기업 보안정책을 신경 쓰지 않고 기기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기업이 업무용으로 특정한 애플리케이션만을 사용할 수 있게 설정할 수 있다는 점도 같은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열린 MWC2014에서 녹스2.0을 공개하며 B2B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시장조사기업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1년 업무용 스마트폰시장에서 14.1%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블랙베리와 애플의 뒤를 이었다. 하지만 녹스 출시 후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높인 결과 지난해 3분기까지 35.7%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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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2월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014에서 '삼성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미디어 데이'를 개최하고 녹스 2.0을 공개했다. <뉴시스> |
삼성전자는 B2B시장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사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B2B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아직 크기 때문이다. IDC는 2017년까지 소비자용 스마트폰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2% 정도지만 같은기간 기업용제품 성장률은 21%에 이른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B2B시장에서 모바일 분야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찾을 생각이다. 19일 홍콩에서 열린 ‘삼성 투자자 포럼 2014’에서 이런 계획이 소개됐다.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B2B개발팀장 전무는 “최근 BYOD가 새로운 업무 트렌드로 나타나면서 보안 솔루션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의 녹스가 갖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 디바이드, 기업용 보안 솔루션시장 공략해 성장
디바이드는 뉴욕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설립한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으로 2010년 ‘엔터프로이드(Enterproid)’란 이름으로 창립됐다. 앤드류 토이(Andrew Toy) 최고경영자(CEO) 등 세 명의 창립자는 모두 미국 투자금융 회사인 모건 스탠리에서 모바일 보안 및 IT 책임자로 일했던 적이 있다. 이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모바일 기기 관리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더 늘어날 거라고 보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디바이드는 많은 기업들이 BYOD 정책을 시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찾았다. 기업들은 과거 보안을 위해 직원들의 개인 스마트 기기 사용을 제한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 이에 기업들은 개인 스마트 기기를 업무용으로도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BYOD를 시행했다.
하지만 기업이 BYOD를 시행하려면 최대 걸림돌인 보안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직원들이 개인용 기기에 회사기밀 등 민감한 정보를 담게 되자 보안사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이 직원 개인의 기기를 감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 논란 때문에 쉽지 않았다. 결국 기업들은 직원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회사 보안을 지킬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해졌다.
디바이드는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하나의 기기에 두 개의 독립적 공간을 만드는 모바일 소프트웨어를 탄생시켰다. 디바이드는 사용자 개인정보와 회사 업무 정보가 각기 다른 공간에 저장되는 것을 가능케 했다. 직원들은 디바이드를 사용함으로써 더 이상 회사 보안이나 개인에 대한 감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업은 디바이드를 통해 직원이 가진 업무 정보를 관리할 수 있고 잠재적으로 보안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디바이드는 2011년 봄 뉴욕과 런던, 홍콩에서 첫 선을 보였다. 이후 디바이드의 성장가능성을 알아본 많은 벤처캐피탈이 투자했다. 구글도 자사의 벤처 투자회사인 구글벤처스를 통해 2011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총 2300만 달러(약 235억 원)를 투자했다. 디바이드는 지금까지 2500만 달러(약 255억 원) 이상의 투자금을 지원받았다.
디바이드는 현재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애플의 iOS 모두 지원하고 있다. 구글은 아직 디바이드 인수 이후의 계획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 구글의 인수로 애플 기기 사용자들에 대한 지원이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구글은 “기존 고객들을 위해서 디바이드는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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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바이드는 19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 메인에 구글에 인수됐다는 사실을 공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