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28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KT 경영진 기자간담회’에서 사업전략 발표를 하고 있다. < KT > |
“있는 거 가지고 잘 하는 건 그만하겠다. 2021년부터 KT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내겠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디지털혁신분야 솔루션을 들고 기업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붙였다.
KT의 기존 핵심 사업인 통신부문에서는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4차산업혁명으로 진화, 기술의 발달로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 디지털 전환 관련 시장에서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구 사장은 28일 취임 7개월 만에 공식 기자간담회를 열고 B2B(기업 사이 거래)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미래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구 사장은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KT 경영진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 전환에 분명히 사업기회가 있고 이 분야는 통신과 비교해 규제 영향이 적은 사업으로 잠재력이 더 크다”며 “KT는 2021년에는 구조적 변화에 초점을 맞춰 ‘통신기업(텔코)’에서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로 가겠다”고 말했다.
KT가 이미 고객의 삶과 밀접한 통신, 금융, 소비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네트워크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과 결합하면 사업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돈을 벌고 기업가치도 높일 수 있다고 확신했다.
구 사장은 “KT가 ‘디지코’라니 뜬구름 잡는 소리 아니냐, 인공지능·빅데이터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없다 이런 이야기들을 할 수도 있지만 KT에서 4년 정도 인공지능·빅데이터분야를 해오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KT 엔터프라이즈 등을 시작으로 2021년에는 구조적 변화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5G네트워크 인프라를 활용해 기업 내부 업무솔루션은 물론 생산공정 자동화 설비를 구축하고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관리 최적화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 또 인공지능, 빅데이터기술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기업 생산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제공할 수 있다.
KT는 이런 기업사업을 더 본격화하기 위해 기업사업 전문 브랜드 'KT 엔터프라이즈'를 만들었다. 구 사장은 올해 초 인공지능 원팀을 만든 데 이어 디지털전환의 핵심인 클라우드부문에서도 '클라우드 원팀'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로봇사업단도 만들었다. 각 산업영역에서 로봇 도입이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내부조직들도 세분화해 새롭게 만들며 디지털 전환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KT는 금융, 호텔, 병원, 보험, 공장, 도시 등이 모두 디지털전환 기업사업의 고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글로벌 디지털 전환 관련 시장이 한 해 평균 성장률 23%를 보이며 2023년에는 260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에서도 2019년에는 디지털 전환 솔루션 적용 계획이 있는 기업이 전체의 20%에 그쳤지만 2023년이 되면 기업의 80%가 디지털 전환 솔루션 도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됐다.
구 사장은 ‘기회의 땅’인 디지털 전환 관련 B2B사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어 5년 뒤에는 B2B사업을 비롯한 비통신사업과 통신사업의 매출 비중을 5대 5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KT는 현재 비통신사업부문 매출비중이 약 40%가량을 차지한다. 구 사장이 전통적 통신사업을 벗어나 사업구조의 대전환을 선언한 것은 통신사업에서는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KT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집 전화와 인터넷 전화, 해외 전화 등 전통적 통신사업부문 매출이 1조 원 넘게 감소했다. 모바일통신부문도 각종 규제로 성장정체를 겪고 있다.
반면 비통신부문인 미디어, 기업·IT 솔루션, 인공지능·디지털전환사업부문은 같은 기간 매출 성장률이 각각 20%, 18%, 8%에 이른다.
통신사업은 KT의 근간이지만 동시에 회사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KT는 한국전기통신공사 시절인 1999년에는 시가총액 2위에 올라 삼성전자(3위)를 잠깐 앞지른 적도 있는 기업이었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시가총액 기준 같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과도 격차가 한참 벌어졌다.
KT는 5년 동안 성장률이 1%밖에 안 되는 ‘성장이 저조한 회사’가 됐다.
구 사장은 올해 KT 대표에 오른 뒤부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한 B2B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내걸었다.
구 사장은 KT 대표에 내정된 뒤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박윤영 KT 기업사업부문장을 사장으로 올리고 B2B사업에 힘을 실었다. 박 사장은 KT의 B2B사업을 총괄해온 인물이다.
그 뒤로는 취임 뒤 7개월여 동안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관련 인력 양성, 사업조직 개편, ‘인공지능 원팀’ 구성을 비롯한 외부 기업들과 제휴·협업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구 사장은 직접 전담조직(TF)를 꾸려 인공지능, 클라우드 인력 60여 명을 키웠고 B2B 산업용 인공지능 사업모델 발굴에 집중했다.
클라우드사업에서는 11월 서울 용산에 KT의 13번째 인터넷데이터센터를 개소하고 ‘클라우드 원팀’ 조직 출범도 준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