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기업 경방이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진그룹의 물류기업 한진의 경영권을 겨냥하고 있는 것일까?
경방은 HYK1호 사모투자합자회사(HYK1호 사모펀드)에 보유하고 있던 한진 지분 9%가량을 넘겼는데 이 사모펀드가 최근 한진 경영참여를 선언한 데에는 주요 출자자(LP)로서 경방의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22일 물류업계에서는 경방이 풍부한 유동자산을 바탕으로 한진의 약한 지배구조를 파고들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자신이 깔려있어 한진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운영하면서 다른 종속회사인 진에어나 정석기업과 달리 한진을 놓고는 과반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한진칼은 한진 지분을 20% 가량만을 들고 있어 한진은 계속 경영권 위협을 받아왔다.
현재 한진칼을 놓고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사모펀드 KCGI는 2018년 말 조선내화로부터 한진 지분을 사들이면서 한진 경영권에도 압박을 넣었다.
KCGI는 추가로 한진 주식을 사들이면서 2020년 초에는 지분율을 10.17%까지 높이기도 했다.
당시
조원태 회장은 한진칼 경영권을 놓고 KCGI와 다툼을 벌이고 있어 한진 지분을 늘리기 어려웠다.
조원태 회장은 한진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GS홈쇼핑을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였다. 당시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사망으로 남긴 한진 지분 6.87%를 GS홈쇼핑에 블록딜(대량매매) 방식으로 넘겼다.
조원태 회장은 지금도 한진칼을 통해 한진의 지분을 늘리는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계열사인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한진의 지분구성을 살펴보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22.68%를 들고 있고 특수관계인으로 묶여있는 정석인하학원이 3.81%,
조원태 회장이 0.03%,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0.03%를 쥐고 있다.
경방은 이런 상황을 틈타 한진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경방이 한진 지분을 매수하기 시작한 시점은 2020년 3월로 알려져 있다. 이 시점은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되던 때다.
경방은
조원태 회장이 한진칼 경영권을 지키는 데 총력전을 펼쳐 한진에 신경쓸 여력이 없다고 보고 한진 지분을 매수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방은 제2의 주력사업인 복합쇼핑몰사업에서 이익을 창출하면서 현금동원력도 충분하다.
경방은 전통적 본업인 섬유사업부문에서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35억 원을 봤지만 복합쇼핑몰사업에서 영업이익 105억 원을 내며 양호한 자금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경방이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3443억 원으로 파악된다. 2019년 말과 비교해 30%가량 늘어났다.
경방은 최근 HYK1호 사모펀드에 한진택배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투자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그런데 같은 날 HYK1호 사모펀드는 한진에 경영참여를 하겠다고 밝혔다.
경방이 이 사모펀드에 9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87% 이상을 확보하고 있어 앞으로도 이 사모펀드를 앞세워 한진의 경영권을 향한 시도를 계속할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업계에서는우세하다.
이와 관련해 경방 관계자는 “공시된 내용처럼 경방의 한진 지분은 더 이상 없으며 사모펀드에 지분 매각은 투자이익 실현을 위한 목적 이외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