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3분기에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내면서 신한금융지주를 넘고 금융지주사 연간 순이익 선두자리를 탈환할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금융지주는 코로나19 사태 등 영향으로 글로벌 및 비은행부문 수익 다각화에 한계를 맞아 KB금융지주의 외형 성장을 통한 추격을 방어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왼쪽)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22일, 신한금융지주는 10월 마지막 주에 3분기 실적발표 및 콘퍼런스콜을 앞두고 있다.
KB금융지주가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에서 신한금융지주를 넘고 올해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낸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하게 될 가능성에 갈수록 힘이 실리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공격적 외형 성장을 올해 주요 성장전략으로 앞세운 반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방어적 전략을 썼기 때문이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KB금융지주가 3분기 지배주주 순이익 1조479억 원을 보며 금융권 사상 최초로 분기 순이익 1조 원을 넘는 기록을 세웠을 것으로 추정했다.
KB증권 등 비은행계열사 실적 호조에 더해 KB금융이 인수한 푸르덴셜생명 실적이 3분기부터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순이익이 지난해 3분기보다 10% 이상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신한금융지주는 카드수수료 등 비은행부문 수익 감소와 글로벌사업 성장 둔화로 지배주주 순이익이 지난해 3분기보다 소폭 줄어든 9403억 원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됐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순이익 1조9140억 원으로 KB금융지주의 1조8360억 원을 넘고 우위를 지켰는데 은 연구원의 전망대로라면 KB금융지주가 선두를 빼앗게 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종합한 국내 증권사들의 금융지주사 3분기 순이익 전망치 평균도 신한금융지주가 약 9천억 원, KB금융지주가 9900억 원으로 비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조용병 회장이 4분기에 신한금융지주 실적을 크게 반등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로 KB금융지주에 연간 순이익 1위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윤종규 회장은 최근 KB금융지주에서 재연임을 사실상 확정지었는데 경영성과를 증명해 연임에 당위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KB금융지주가 신한금융지주를 꺾고 2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는다면 충분한 업적으로 기록될 수 있는 만큼 올해 들어 공격적 외형 성장전략이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KB금융지주는 푸르덴셜생명에 이어 최근 KB국민은행을 통해 인도네시아 은행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는 등 비은행과 글로벌부문 사업 강화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조 회장은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은행 등 계열사가 올해 연이은 펀드 환매 중단사태로 실적에 받을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형 성장보다 리스크 관리에 더 집중해야만 했다.
신한금융지주가 2분기부터 KB금융지주에 순이익 추격을 허용한 가장 큰 이유도 신한금융투자에서 사모펀드 손실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2천억 원에 이르는 충담금을 적립했기 때문이다.
당분간 이런 흐름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신한금융이 KB금융지주에 실적 우위를 지켜내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른 시일에 대규모 인수합병이 벌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며 "당분간 내부적으로 자체적 역량을 통해 성장하는 유기적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 회장이 최근 신한금융 계열사 사업라인을 효율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점은 비용 절감과 사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수익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는 외형 성장을 추진하는 것보다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더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기 때문이다.
김진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신한금융지주는 리스크를 관리하고 적기에 성장기회를 잡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 선제적 대비로 내년부터 이익 증가세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