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업무계획과 경영목표를 세워야 할 시기인데 사령탑이 없으니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솔직히 답답하다.”
한 에너지 공기업에 근무하는 관계자의 푸념이다.
에너지 공기업들의 사장 임명이 수개월 동안 지연되면서 경영공백 장기화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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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경영공백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현재 최고경영자(CEO)가 공석이거나 곧 임기가 만료되는 에너지 공기업은 모두 6곳에 이른다.
한국중부발전, 한국광물공사, 한국남부발전, 한국석유공사, 한국동서발전 등 5개사는 사장의 임기가 이미 만료됐는데 후임자를 아직 뽑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력의 경우 조환익 사장의 임기만료(12월16일)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후임자 인선작업은 오리무중이다.
한국중부발전은 최평락 전 사장이 지난 6월25일 사표를 제출하면서 빈 사장 자리가 4개월이 지나가도록 여전히 공석이다.
한국중부발전은 8월 세 명의 사장 후보를 선정해 산업부에 제출했지만 ‘부적격’통보를 받았다. 그 뒤 석달 동안 후임사장 선임절차조차 밟지 못하고 있다.
한국중부발전 관계자는 “감독부처의 추가지시가 있어야 무슨 일이든 할 터인데 특별한 지시가 없어 사장 인선 작업은 사실상 멈췄다”고 말했다.
김태우 사장이 지난 9월7일 물러난 한국남부발전도 사정은 비슷하다.
석유공사는 서문규 사장의 임기가 지난 8월16일로 끝났는데 후임자가 없어 현재도 서 사장이 업무를 계속 보고 있다. 장주옥 한국동서발전 사장도 지난 7일로 임기가 만료됐지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정부에서 어떤 지시가 있어야 후임자 선정과 관련한 일을 진행할 수 있는데 아무런 지시가 없어 일을 진행하기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다만 광물자원공사의 경우 고정식 전 사장이 지난 6월25일 사임했는데 정부가 최근 산업부 출신 관료를 후임사장으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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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이에 따라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이 공공기관 인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공천에 탈락한 인사를 중심으로 공기업 사장 인사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며 “공기업 사장 임기가 3년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이 박근혜 정부가 마지막으로 챙길 수 있는 인사인 셈”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공기업의 주무부처인 산업부 인사부터 선행돼야 공공기관 인사도 순조로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총선 차출설이 나돌고 있는 윤상직 장관의 거취가 조속히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전의 후임 사장이 누가 될지도 관심거리다.
산업부 출신의 관료가 임명될 것이라는 설이 있지만 조환익 사장이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들린다.
윤상직 장관이 총선에 출마할 경우 조 사장은 산업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조 사장은 한전 사장 연임보다 장관으로 ‘영전’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사장 인사는 정부가 하는데 매일 돌아가는 사정을 살피느라 사내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며 “공기업들의 장기투자계획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후임자 선정이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