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발표된 KB금융지주 회장 최종후보군에 예상대로 허인 은행장과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포함됐다.
다만 3년 전 최종후보에 들었던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은 안팎의 예상을 깨고 내부 최종후보 3인에 들지 못했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 추천위원회(회추위)가 이번에 KB금융그룹 내부 후보군 5명을 심도있게 평가했다는 점을 볼 때 이번 숏리스트에 든 인물이 사실상 다음 KB국민은행장 경쟁에서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양종희 사장이 이번에 숏리스트에서 빠진 점을 놓고 사실상 은행장 경쟁구도에서 조금 밀려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양 사장은 당초 허인 은행장과 함께 숏리스트에 들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양 사장은 3년 전에는 윤 회장, 김옥찬 전 KB금융지주 사장과 함께 숏리스트 3인에 들기도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회장 선임절차와 은행장 선임절차가 다르긴 하겠지만 사실상 은행장이 지주 회장에 이어 그룹의 2인자나 마찬가지인데 숏리스트에 들지 못했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허인 은행장과 이동철 사장이 다음 은행장 선임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지난 3년 동안 KB국민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끈 허 은행장이 더욱 유리해 보인다.
3년 동안 KB국민은행은 순이익 1위를 탈환하고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되던 해외사업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부터 금융권을 휩쓴 각종 부실 사모펀드 사태에서도 KB국민은행은 자유롭다.
다만 2017년 취임해 올해 11월 ‘2+1’ 임기를 다 채운다는 점은 부담요인이다.
허 은행장이 다시 선임되면 KB국민은행을 1년 이상 더 이끌게 되는데 최근 들어 시중은행에서 4년 동안 은행장을 지내는 사례가 드물고 KB국민은행에서조차 강정원 전 은행장(2004년11월~2010년7월) 이후 4년 이상 은행장을 지낸 사람이 없다.
KB국민카드는 KB금융그룹 안에서는 물론 카드업계에서도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KB국민은행 다음으로 많은 순이익을 냈고 카드업계에서는 삼성카드와 점유율 2위를 다투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 사장은 그렇지 않아도 KB금융그룹 안팎에서 존재감을 키웠는데 이번에 숏리스트에 포함되면서 입지를 더욱 탄탄히 다지게 됐다.
물론 새로운 인물이 은행장이 될 가능성 역시 열려있다. 윤종규 회장이 3기 출범을 맞아 KB국민은행을 포함해 계열사의 대대적 세대교체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회장이 이번에 푸르덴셜생명의 새 대표를 찾을 때도 나이를 염두에 두는 등 세대교체에 강한 의지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음 은행장 후보로 오르내리는 인물들이 모두 물러나고 젊은 인물이 KB국민은행장에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3년 전 허인 은행장이 처음 은행장에 선임됐을 당시 시중은행장 가운데 유일한 1960년대 출생으로 가장 젊었다. 당시 허 은행장의 등장이 아무도 예상 못했던 ‘깜짝인사’였던 만큼 이번에도 부행장급에서 예상을 깬 젊은 인물이 발탁될 수 있다.
일각에서 KB금융지주가 부회장직을 새로 만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허 은행장을 비롯해 다음 회장후보로 꼽히는 인물들이 KB국민은행을 비롯해 주력 계열사 대표로 있으면 인사적체가 빚어질 수 있는 탓이다. 하나금융지주도 함영주 부회장이 하나은행장에서 물러난 뒤 지주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 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회의를 열고 윤종규 회장, 허인 은행장, 이동철 사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 4명을 회장 최종후보자군(숏리스트)으로 확정했다.
KB금융지주 회장으로는 윤 회장의 재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외부 출신으로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깜짝등판했지만 윤종규 회장과 견주기에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