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도시정비사업 수주실적 1위를 사실상 굳혔다.
현대건설이 2년 연속으로 도시정비시장에서 선두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로 수주전에서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조합 측에 뛰어난 사업조건을 제시한 점이 꼽힌다.
19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초까지 공사비 1억8880억 원 규모의 서울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을 비롯해 도시정비사업에서 모두 4조47억 원의 수주실적을 올렸다.
현재 2위인 롯데건설(1조8천억 원)과 격차가 2배 이상 나는 것이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도시정비시장의 수주실적 1위는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GS건설이 번갈아 가며 차지했는데 세 건설사 모두 2년 연속 1위를 유지하지는 못했다.
그만큼 도시정비시장 최상위권 경쟁은 치열했는데 현대건설이 올해 수주실적 4조 원을 넘기며 사실상 1위 자리를 2년 연속 지켰다.
현대건설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경쟁건설사들보다 뛰어난 사업조건을 조합측에 제시해 도시정비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서울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을 꼽을 수 있다.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 사업조건 가운데 이주비 대출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40%에 추가로 20% 더 현대건설이 책임지고 조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사업촉진비로 5천억 원을 편성해 세입자 관련 문제, 인허가 지연 등 사업 추진 과정의 문제요소를 빠르게 해결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현대건설은 조합원 분담금 납부를 입주 1년 뒤까지 미뤄주는 '분담금 납부시점 선택제' 등도 제시하며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의 경쟁을 펼쳤던 대림산업, GS건설과 다르게 홍보관도 주차장을 포함한 3층의 별도 건물로 세우며 홍보에도 자금력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현대건설이 한남3구역에서 보여준 것처럼 도시정비사업에 풍부한 자금력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재무구조가 바탕에 깔려 있다.
현대건설은 지불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과 부채비율이 올해 상반기 기준 200.2%, 113.3%로 업계 최고 수준인 신용등급 AA-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건설업은 특성상 부채가 많아 건설사의 부채비율은 200%만 돼도 양호하다고 평가된다.
또 현대건설이 들고 있는 순현금은 2조5천억 원대이며 이를 포함한 현금성 자산은 5조3천억 원이 넘는다.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도 현금성 자산이 3조3천억 원가량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남은 기간 굵직한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른 대형건설사들과 치열한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남3구역에서 대림산업과 GS건설을 제친 것과 같이 차별화된 사업조건을 내건다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서울 흑석뉴타운 9구역(흑석9구역) 재개발사업과 서울 노량진뉴타운 4구역(노량진4구역) 재개발사업에 참여할 것이라는 시선이 건설업계에서 나온다.
현대건설이 4천억 원 규모의 흑석9구역과 2천억 원 규모의 노량진4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한다면 2017년 도시정비사업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던 4조6467억 원에 근접하게 된다.
롯데건설은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실적 2위를 달리고 있는데 올해 들어 1조8천억 원을 따냈다. 롯데건설이 수주를 노리고 있는 8천억 원 규모에 이르는 부산 대연8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성과를 내더라도 현대건설과 격차는 2조 원가량이 유지된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도시정비사업 수주실적에서 1위와 2위의 격차는 모두 1조 원 이하였고 특히 2019년은 1위 현대건설(2조8320억 원)과 2위 포스코건설(2조7452억 원)의 차이는 900억 원도 나지 않았다.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압도적 기세를 이어간다면 내년 이후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압구정 재건축 등 대규모 도시정비사업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에서 현대건설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것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한 건 한 건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쌓는데만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