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KT와 함께 마이데이터사업을 진행할 핀테크 설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전사적 차원에서 디지털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기존 통신사와 금융사 사이 합작법인의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왼쪽)과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
19일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KT와 디지털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마이데이터사업과 관련한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앞서 손 회장과 구 사장이 만나 두 그룹 사이에 디지털 협력을 약속한 데 이어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협력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며 "최우선 과제인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해 합작법인 설립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기업들은 결제뿐 아니라 쇼핑, 부동산, 여행 등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를 앞세워 금융권으로 진출하고 있다.
손 회장은 금융권에서 사용하는 정량화된 데이터뿐 아니라 고객의 취향까지 보유해 금융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빅테크기업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사와 통신사 사이 디지털 협력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금융권과 통신사 사이 합작법인 설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하나금융그룹은 2016년 SK텔레콤과 각각 51%, 49% 지분투자를 통해 '핀크'를 설립했다. 핀크는 플랫폼 기업으로 송금, 예적금, 카드, 대출비교 등 중개서비스를 주요 사업으로 두고 있다.
핀크는 카카오페이와 토스 등 플랫폼 기업과 유사한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회원 수가 부족하고 수익 구조에서도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우리금융그룹과 KT가 선보일 합작법인은 마이데이터와 관련한 사업을 함께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만큼 중개서비스보다는 직접 신상품을 개발하는 등 핀크보다 더 나아간 형태의 사업모델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데이터는 정보주체인 개인의 동의를 받아 본인 데이터를 개방해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마이데이터사업에 참여하면 파편화돼 있는 데이터를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어 금융권 뿐아니라 데이터를 다루는 모든 분야에서 미래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합작법인을 추진하면 정보 활용도에서 차별성을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데이터와 통신데이터를 융합해 초개인화된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거래가 없던 고객에게도 통신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출을 실행해주거나 신용평가모형에 통신데이터를 접목해 더 고도화하는 등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금융그룹이 KT와 계열사 간 협력도 구상하고 있는 만큼 합작법인이 BC카드의 가맹점 데이터와 우리카드의 고객 데이터 등을 활용해 개발할 수 있는 서비스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합작법인은 금융사와 통신사의 결합인 만큼 핀테크기업에 속해 마이데이터사업 선정 과정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사업에는 금융권뿐만 아니라 핀테크, 비금융기업 등 120여 곳이 예비허가를 신청했다. 금융위원회는 이 가운데 20곳을 1차로 선정해 10월 경 마이데이터사업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차 선정과 3차 선정은 2021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1차 사업자로 선정되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 데이터만 제공하고 관련 사업은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1차 선발기준으로 금융사와 빅테크, 핀테크기업 사이에 균형을 내세웠다.
업종별 예비허가 신청 사업자 수를 살펴보면 금융사 수는 55곳, 핀테크는 20곳, 비금융은 41곳이다. 상대적으로 핀테크업종이 다른 업종에 비해 경쟁이 쉬운 셈이다.
손 회장과 구 사장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시작으로 그룹사 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디지털 동맹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합작법인은 서로 지분을 섞는 과정을 거쳐 '혈맹'으로 불리는 등 강한 수준의 제휴단계로 평가되는 만큼 디지털 동맹 구축의 의지를 강하게 보여줄 수도 있다.
19일 손 회장과 구 사장은 금융·정보통신기술 융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우리금융그룹과 KT는 마이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모두 7개의 과제분야를 선정했으며 각 과제별로 유관부서를 매칭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주요 사업부문을 포함한 대규모 협의체를 구성하고 각 계열사 사장이 운영위원회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하며 디지털 협력에 실행력을 끌어 올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