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이 특수선부문 육성의 의지를 보이며 해외 군함 수주에도 도전하고 있다.
상선과 해양플랜트 등 기존 주력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특수선부문을 키워 대우조선해양의 사업 안정성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19일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가 발주를 준비하는 항공모함 지원함(FSS) 3척의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애초 2018년 5월 항모지원함 3척의 입찰을 진행했는데 대우조선해양도 이때 입찰에 참여했다. 그러나 현지 조선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자 해외 조선사들이 모두 입찰을 포기했었다.
이후 영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해 예산을 재편성하는 과정에서 국방예산이 삭감되자 최근 영국 국방부가 항모지원함 3척 입찰의 문을 해외조선사들에 다시 열었다. 입찰 경쟁을 유도해 사업비를 줄이려는 의도다.
이에 대우조선해양도 다시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이 발주건은 사업 모가 2조 원가량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현재 영국 항모지원함 3척의 입찰에 다시 참여한 상태”라며 “아직 영국에서 반대여론이 있는 만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근 사장은 올해 대우조선해양의 특수선 수주범위를 해외로 넓히는 데 힘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영국 항모지원함 뿐 아니라 인도 잠수함 6척의 수주전도 완주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도 국방인수위원회는 9월 입찰 참여의사를 밝힌 조선사들에 잠수함의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정식으로 발송한다. 발주규모는 7조 원가량에 이른다.
이 사장은 이 수주전에서 대우조선해양이 현지 작업 경험을 보유했다는 강점을 앞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잠수함 발주건은 일부 건조 과정을 인도 조선소와 협력해 현지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일반적으로 군함류는 기술 유출의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건조 과정을 자체 작업으로 소화하고 최종 결과물만을 인도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현지 작업 과제는 입찰에 참여하는 조선사들의 공통 리스크라는 얘기다.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 인도네시아에서 수주한 잠수함 3척 가운데 1척을 옥포조선소에서 블록만 생산한 뒤 현지 조선소로 옮겨 조립을 마무리한 경험이 있다.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 러시아 로소보로넥스포트, 스페인 나반티아 등 유력 경쟁사들은 현지작업의 경험이 없다. 대우조선해양의 경험이 수주전의 결과를 가를 중요한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우조선해양은 국내에서 이미 대형군함 수주시장을 현대중공업과 양분하고 있다.
이 사장이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로 발을 넓히는 것은 대우조선해양의 사업구조에서 안정적 사업의 비중을 늘리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특수선은 건조기간이 길지만 그만큼 건조가격도 비싸다. 인도 잠수함을 예로 들면 1척 당 1조 원 이상의 건조가격은 대표적 고부가선박 가운데 하나인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의 5배 수준이며 일반적 해양플랜트인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1기와 맞먹는다.
여기에 발주처가 각국 정부인지라 선박 인도를 거부당할 위험이 없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발주처의 인도 거부로 재고자산으로 남은 드릴십을 처분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특수선은 사실상 ‘돈 떼일 일 없는 해양플랜트’나 마찬가지다.
현재 글로벌 선박 수주시장에서는 중국과 일본 등 상선부문의 글로벌 경쟁 조선소들뿐 아니라 해양플랜트 수주시장의 경쟁자인 싱가포르 조선사들까지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사장은 글로벌 조선업계의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을 특수선에서 찾으려 하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함정 설계기술인력을 500명가량 보유해 특수선시장에서 경쟁하는 현대중공업보다 많다. 두 조선사의 직원 수가 대우조선해양은 9천 명가량, 현대중공업은 1만3천 명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우조선해양의 기술적 강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 사장은 앞서 1월 대우조선해양에 3천 톤급 이상의 대형 잠수함을 들어올릴 수 있는 상·하가설비를 확충하며 대우조선해양의 특수선 건조역량을 더욱 끌어올렸다. 해외 수주전에 뛰어들기에 앞서 특수선부문 육성의 기반을 다져놓은 것이다.
이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건조하는 선박을 기존의 상선 일변도에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특수선부문을 회사를 끌어갈 주역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