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인텔에서 양산에 곧 들어가는 144단 낸드플래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낸드플래시사업의 실적 부진을 부가가치가 높은 128단 낸드플래시로 해소한다는 전략을 세웠는데 인텔이 더 적층 단수가 높은 제품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밥 스완 인텔 CEO. |
2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전체 낸드플래시에서 96단 이상 제품의 고성능 낸드플래시 비중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96단과 128단 낸드플래시의 비중을 3분기 60% 이상, 4분기 7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며 "특히 128단 낸드플래시는 고객사의 내부적 인증과 양산 안정화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낸드플래시는 저장단위인 셀을 많이 쌓을수록 저장공간 등 성능이 좋아진다.
현재까지 상용화한 제품 가운데 적층 단수가 가장 높은 것은 128단 낸드플래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양산하고 있다.
그런데 인텔이 여러 메모리반도체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128단 보다 적층 단수가 높은 144단 낸드플래시를 곧 내놓게 된다.
SK하이닉스는 고부가 낸드플래시로 낸드플래시부문 실적 부진을 만회한다는 전력을 세웠는데 그 중심인 128단 낸드플래시에 강력한 맞수가 등장하는 셈이다.
외국언론을 종합하면 인텔은 하반기 144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해 내년부터 정식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CN베타는 “인텔은 올해 말부터 144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며 “144단 낸드플래시는 개인 및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IT매체 WCCF테크는 “인텔은 2021년 모든 SSD 제품을 144단 낸드플래시 기반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인텔이 본격적으로 144단 낸드플래시를 상용화하게 되면 128단 등 고성능 낸드플래시에 관한 시장 수요가 인텔 쪽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사업 실적 개선이 늦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낸드플래시사업에서 적자 3조 원가량을 냈고 올해 상반기에도 흑자전환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인텔이 144단 낸드플래시를 통해 얼마나 고성능 낸드플래시 수요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SK하이닉스와 인텔의 낸드플래시사업 경쟁구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기준 낸드플래시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10.7%, 인텔 9.9%로 나타났다. 점유율 격차는 0.8%포인트에 불과해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반도체업계에서는 인텔이 낸드플래시 적층 단수에서 SK하이닉스 등 다른 기업들을 앞서가는 상황이 단기간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말도 나온다. 144단 낸드플래시를 능가하는 제품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128단 낸드플래시와 동일한 플랫폼으로 차세대 176단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며 “기술 우위를 통한 낸드사업 경쟁력을 지속해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