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D램 글로벌 3위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이 고성능 D램 고대역폭메모리(HBM)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사이 D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 |
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최근 고객사들에 HBM2 견본을 전달했다. 올해 안에 정식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HBM은 D램을 여러 장 쌓아 수직으로 연결함으로써 데이터 처리속도를 대폭 높이면서도 전력 소모를 줄인 것을 말한다. 슈퍼컴퓨터, 네트워크, 서버 등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제품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은 기존에는 HBM과 유사한 자체 규격 ‘하이브리드메모리큐브(HMC)’를 개발해 왔다.
HMC는 연산 반도체 위에 D램을 쌓는 구조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HBM과 다르다. 연산 반도체와 나란히 배치되는 HBM보다 제품 소형화에 더 유리하다.
다만 HMC는 기술적으로 매우 난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HMC와 HBM에서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할 때는 실리콘 관통전극(TSV)이라는 기술이 사용된다. 여러 D램 칩에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어 서로 전극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HMC는 HBM과 달리 D램보다 구조가 훨씬 복잡한 연산 반도체에도 구멍을 뚫어야 한다. 설계 효율성이나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 쪽에서 HBM을 따라잡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마이크론이 HMC 상용화에 한계를 느끼고 HBM 쪽에 집중하게 된 이유다.
반도체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존 HBM 제조기업과 경쟁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IT매체 아난드테크는 “마이크론은 메모리반도체 ‘빅3’ 가운데 마지막으로 HBM시장에 진입하게 된다”며 “HBM 성능과 용량 면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현재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글로벌 D램 수요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기준 D램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44.1%, SK하이닉스 29.3%, 마이크론 20.8% 등으로 집계됐다.
세계 3위인 마이크론의 HBM시장 진입은 다른 두 기업에게 반갑지 않은 일이다.
고객사 쪽에서 보면 마이크론이 새로 HBM 공급사로 참여하게 되면 가격 협상의 여지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마이크론이 곧바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수준의 제품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보다 앞서 HBM을 개발해 왔다. 최근에는 마이크론이 준비하는 HBM2와 비교해 데이터 처리속도 등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HBM2E를 앞세워 메모리반도체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HBM2E에 ‘플래시볼트’라는 이름을 붙여 출시했다. SK하이닉스도 7월부터 HBM2E 양산을 시작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