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그동안 자회사 경영관리위원회를 통해 행사하던 임원 선임권한을 자회사로 넘기며 계열사 독립경영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신한금융 자회사가 경영과 의사결정체계에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핵심인재를 선정하고 육성하는 기능도 책임지게 돼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CEO 후보군이 더 두터워지는 효과가 예상된다.
15일 은행연합회 지배구조공시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해 자회사 경영관리위원회 업무에서 자회사 부사장과 부행장 후보 평가 및 선임을 제외했다.
조용병 회장과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가 후보를 추천해 선정하던 신한은행 등 계열사 부행장과 부사장급 임원을 앞으로 계열사에서 자체 절차를 거쳐 선임하도록 권한을 넘겨준 것이다.
신한금융지주 자회사 경영관리위원회는 자회사 대표이사 선임권한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계열사 대표이사를 선임할 때 일반적으로 부사장과 부행장급 임원을 후보에 올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신한금융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CEO 후보군을 육성하고 선정하게 되는 것이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자회사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는 취지에서 내부규범을 개정해 임원 선임권을 넘긴 것"이라며 "상무급에 이어 이번에는 부사장급 임원까지 대상을 늘렸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2018년 말에도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을 통해 자회사 상무급 임원을 자회사 경영관리위원회가 아닌 계열사에서 선임하도록 했다.
다음 CEO 후보를 지주회사가 아닌 각 계열사가 직접 관리하고 선정하는 체계가 도입되면 임원 선임과 승진을 결정하는 기준이 계열사별로 차별화되며 더욱 다양해질 공산이 크다.
다양한 평가기준을 거쳐 대표이사 후보에 오르는 임원들이 늘어나면 신한금융그룹 경영진도 이전보다 더 다양한 색을 띠게 될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아닌 계열사에서 자체적으로 선임한 임원이 대표이사에 오르게 되면 지주회사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은 이런 효과를 기대해 계열사에 임원 선임권한을 순차적으로 넘긴 것으로 분석된다.
조 회장이 신한금융 계열사 독립경영체제를 더 강화하기 위해 자회사 대표이사 선임권한까지 완전히 각 계열사로 넘겨줄 가능성도 나온다.
현재 대표이사 선임 최종 결정은 각 계열사 이사회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신한금융지주 자회사 경영관리위원회의 후보 평가와 최종후보 추천이 절대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앞으로 자회사들이 대표이사까지 실질적으로 직접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갖추게 된다면 온전한 자율경영체제가 자리잡으며 신한금융그룹 지배구조 투명성도 개선되는 효과가 예상된다.
신한금융그룹은 주요 계열사 CEO를 잠재적 회장후보로 육성해 정기적으로 평가한 뒤 후보에 올린다.
자회사 경영진 선임 기준이 다양해지면 결국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군도 더 폭넓은 배경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를 평가하고 추천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지주회사 회장이 참여해 '셀프 연임'을 시도하지 못하도록 사외이사로만 위원회를 꾸리도록 한 점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등 신한금융지주가 인수한 자회사 CEO를 교체하지 않고 계속 연임을 결정한 것도 조 회장의 계열사 자율경영체제 강화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연말인사를 실시한 뒤 "계열사별로 CEO 책임경영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룹의 차세대 리더를 육성하기 위한 새 후보군을 구축할 것"이라는 계획을 내놓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