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전영묵 사장은 전속설계사의 보수체계를 손봐 신인 전속설계사들이 삼성생명을 떠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삼성생명은 5월 신입 설계사에게 주는 수수료 항목 가운데 ‘정착 수수료’를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했다.
기본실적을 달성하면 지급하는 고정 수수료와 실적에 비례하는 수수료 두 개를 합쳐 신입 설계사가 받을 수 있는 연간 수수료를 이전보다 50%가량 높였다.
3년 안의 경력을 지닌 저연차 설계사가 받는 수수료도 개편했다. 예를 들어 일정 수준의 영업실적을 냈을 때 연간 370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 앞으로 5천만 원을 받게 됐다.
전 사장이 수수료체계를 개편한 것은 신입 설계사나 저연차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당을 높여서 안정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경쟁사에 양질의 인력을 뺏기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생명은 생명보험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법인보험대리점의 성장과 손해보험업계의 영업조직 강화로 전속 설계사조직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법인보험대리점이나 손해보험사의 급여조건이 더 좋아 삼성생명의 전속설계사들이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월 기준 삼성생명의 전속설계사 수는 2만4106명으로 전체 생명보험사 전속설계사 가운데 26.1%에 이른다. 2위인 한화생명보다도 6천여 명이 많다.
반면 2019년 12월 기준 삼성생명의 13회차 설계사 등록 정착률은 30%로 생명보험사 평균 35%를 밑돌았다. 1년 넘게 활동하는 설계사의 비율이 10명 가운데 3명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대형 법인보험대리점의 13회차 설계사 정착률이 60%를 넘은 것과 더욱 차이가 난다.
생명보험사에서 보험설계사가 이탈하면 계약 담당자 변경이 이뤄지는 데 이 때 부당 승환계약이나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속설계사 이탈이 보험계약 유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승환계약은 보험 설계사가 다른 회사로 옮기면서 자신이 관리하고 있던 기존 고객의 계약을 해약한 뒤 새로운 회사의 보험계약으로 다시 가입시키는 것을 말한다.
전 사장은 전속설계사 조직을 젊고 역동적으로 탈바꿈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삼성생명 전속설계사 조직의 평균연령이 너무 빠르게 높아진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 사장은 삼성생명 전속설계사 조직의 평균연령이 현재 51세가 넘었으며 2030년에는 평균연령이 60세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만 30~55세를 신입 설계사 도입 적격 연령으로 삼고 그 가운데 35세에서 49세까지를 집중적으로 영입하기로 했다.
전 사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최고경영자(CEO) 메시지에서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로 보험설계사조직도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삼성생명 전속설계사 조직의 체질 변화는 전체 인구구조 변화나 업계 평균 수준과 비교했을 때도 조로현상이 속도와 질 양쪽에서 모두 심각하다”고 말했다.
상품구성이 복잡해 설계사가 직접 고객을 만나 설명을 해야 하는 생명보험업의 특성상 설계사 조직의 경쟁력이 낮아진다는 것은 보험사의 영업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생명은 그동안 전속설계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규모 영업조직을 유지해왔다.
전 사장이 전속설계사조직의 체질변화를 추진하는 것은 보험사 이익의 한 축인 자산운용수익을 올리기가 힘들어진 점도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저금리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자산운용을 통한 수익 내기가 힘들어진 만큼 본업인 보험영업에서 이익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생명보험사는 보험금으로 받은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내는데 채권에 투자한 비중이 높다. 삼성생명은 2019년 12월 기준으로 자산의 55.9%를 채권에 투자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면서 시중금리가 떨어져 채권금리도 낮아지고 있다. 2020년 5월 10년 만기 국고채의 평균금리는 1.5%로 2018년 5월 2.75%보다 1%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채권금리가 낮아지다 보니 삼성생명의 운용자산 이익률도 떨어지고 있다. 삼성생명은 자산운용으로 2018년 3.6% 수익을 거뒀는데 2019년에는 수익률이 3.4%로 떨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