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경주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맥스터)의 포화를 앞두고 있어 증설을 서둘러야 하는 다급한 상황에 놓였다.
월성원전 가동에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한수원은 상반기 안에 맥스터 증설에 착수해야 하는데 별도 기구를 통한 주민 의견 수렴절차가 얼마나 걸릴 지가 열쇠다.
7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능률협회컨설팅을 조사기관으로 선정해 맥스터 추가 건설을 결정하기 위한 월성원전 인근 주민 의견 수렴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2016년 수립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의견수렴 과정이 부족했다고 판단한 정부가 국정과제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아래에 별도 설치한 기구다.
재검토위원회는 4일부터 6일까지 주민을 대상으로 사전 설명회를 열었다.
시민참여단 150명을 선정해 숙의 과정을 거쳐 정부권고안이 작성되면 6월경 산업통상자원부가 맥스터 증설을 놓고 최종 결론을 내린다. 이 과정에 한수원은 관여할 수 없다.
정 사장은 페이스북에서 "월성원전을 통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의견 수렴절차를 마무리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 뿐"이라고 적었다.
월성원전은 2호기에서 4호기까지 현재 가동되고 있는데 1분기 기준으로 기존 맥스터 7기의 포화율은 95.36%에 이른다. 2021년 11월에 기존 맥스터의 저장공간이 모두 찰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은 추가로 계획하는 맥스터 7기의 공사기간이 19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상반기에는 맥스터 증설공사를 시작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게다가 설계수명이 2022년까지인 월성원전 1호기를 제외해도 나머지 원전들은 설계수명이 6~9년 남아있어 맥스터 착공이 늦어진다면 앞으로 원전 가동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인허가 승인으로 맥스터의 안전성이 확인된 만큼 지역의 공론화가 잘 진행돼 최대한 적절한 시기에 착공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이 원자력안전위의 맥스터 증설 허가를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수원은 월성원전 내에 추가로 맥스터 7기를 건설하기로 결정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에 2016년 운영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경주 지진과 환경영향평가 등의 여러 요인으로 허가절차를 거치는데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올해 1월이 되서야 겨우 허가를 승인받았다.
이와 관련해 정 사장은 페이스북에 “에너지정책, 원자력산업 생태계 그리고 경주 시민들의 바람을 위해 맥스터 증설 이슈가 빨리 정리되기를 기원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등 지역 환경단체뿐 아니라 인근 울산지역 주민들까지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점이 맥스터 추가 증설이 결정되기까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전과 관련시설의 운영과 설치는 국가사무이기 때문에 국가사무에 속하는 사항은 지역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다는 주민투표법 규정에 따라 환경단체 등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