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목표로 내걸었던 영업이익 1조 원 달성을 위해 가야할 길이 멀다.
박 사장이 수익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1분기에 크게 개선된 해외사업 원가율을 지속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27일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건설은 올해 연결기준으로 8천억 원~9천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내 올해 영업이익 1조 원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올해를 시작할 때만해도 영업이익 확대 기대감이 컸으나 1분기 베네수엘라 정유현장에서 일회성손실 630억 원 규모를 인식하며 수익성이 오히려 악화했다.
현대건설은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589억 원, 영업이익 1653억 원을 냈다. 2019년 1분기보다 매출은 4.7%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19.4% 줄었다.
문제는 2분기에는 코로나19와 저유가 영향으로 실적이 더 크게 악화할 가능성이 나온다는 점이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1분기 베네수엘라 정유현장 미수금 손실처리로 어닝쇼크를 냈다”며 “저유가에 따른 다른 해외 프로젝트의 공사지연 또는 기성금 미수령 등의 위험을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바라봤다.
현대건설 역시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수입물품 제한, 자재 조달 지연 등으로 2분기와 3분기에 애초 계획보다 매출이 5~10%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대건설은 2015년 국내 건설사 가운데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원 시대를 연 건설사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영업이익 1조 원 시대를 이어갔으나 2017년 9860억 원, 2018년 8400억 원, 2019년 8600억 원 등 3년 연속 영업이익 1조 클럽 재진입에 실패했다.
박 사장은 2018년 취임 이후 매년 영업이익 1조 원 회복을 목표로 현대건설을 이끌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그레이트 컴퍼니 현대건설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영업이익 목표로 1조1천억 원을 제시했지만 또 다시 목표 달성에 고배를 마셨다.
박 사장은 2021년 3월 임기가 끝나는데 사실상 임기의 마지막 해일 수 있는 올해마저 영업이익 1조 원 회복 목표에 빨간불이 들어온 셈이다.
일회성비용에 따라 1분기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해외사업 원가율이 개선된 점은 박 사장에게 고무적인 일로 평가된다.
▲ 현대건설이 시공 중인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건설현장. <현대건설> |
현대건설은 1분기 개별기준 해외사업 원가율이 92.9%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6.6%포인트 개선됐다.
이에 따라 전체 매출 원가율도 1년 전보다 1.4%포인트 개선된 89.9%를 보였다.
현대건설은 그동안 높은 해외사업 원가율에 발목이 잡혀 전체 수익성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건설의 개별기준 해외사업 원가율은 2017년과 2018년 모두 100%를 넘겼고 2019년에도 99.8%를 보였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개별기준 전체 매출의 36%인 3조6천억 원을 해외사업에서 올렸다. 당시 해외사업 원가율이 95%만 보였다고 가정해도 해외사업에서 영업이익 1800억 원을 더하며 지난해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길 수도 있었다.
현대건설이 올해 남은 기간 현재 수준의 해외사업 원가율을 유지하는 동시에 일회성비용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면 상황에 따라 영업이익 1조 원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탄탄한 재무구조와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기반으로 경영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설계·수행·원가 등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통해 질적 성장을 지속하고 내실경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