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업계에 따르면 소 회장은 40년 동안 몸담았던 롯데그룹을 떠나 교촌에프앤비 회장으로 자리 옮긴지 1년 만에 본격적으로 상장작업의 닻을 올렸다.
교촌에프엔비가 2018년 4월 상장계획을 공식화한 지 2년 만이다.
교촌에프앤비는 코스닥이 아닌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로 기업 투명성을 올리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량기업’으로 평가받는 코스피 상장사로 충분히 시장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소 회장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은 신기술 기업과 유망 벤처기업 등의 등용문이지만 우량기업들은 코스피로 이전상장하는 등 사실상 ‘2부리그’ 이미지가 굳어진 만큼 코스피 직행을 통해 교촌에프앤비의 경쟁력을 대내외에서 평가 받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소 회장은 1년 동안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적자 계열사와 ‘숙성72’, ‘담김쌈’ 등 외식 브랜드를 정리했다.
치킨 프랜차이즈라는 본업에 집중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전담센터 신설, ERP시스템(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 개선 등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2019년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394억 원을 거둬 신기록을 내며 롯데그룹 유통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의 실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교촌에프앤비는 업계에서 가장 체계적 가맹점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제품 브랜드력이 국내 1위로 꼽히는 만큼 다른 프랜차이즈기업과 달리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프랜차이즈업은 그동안 경쟁이 포화상태인 데다 실적 변동성이 크고 지속성과 성장성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소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정비작업을 마친 교촌에프앤비는 다르다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소 회장은 상장자금으로 해외시장 공략 및 신사업 투자 등 사업확대를 꾀해 ‘우량기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눈에 띄는 점은 교촌에프엔비가 프랜차이즈기업의 첫 직상장 도전 사례이자 코스피 직행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기존에 모든 프랜차이즈기업들은 코스닥 입성을 노렸지만 소 회장은 교촌에프엔비의 코스피 상장을 선택했다.
지금까지 프랜차이즈기업 가운데 상장된 곳은 MP그룹, 해마로푸드서비스, 디딤 등 3곳뿐으로 모두 코스닥에 스팩(SPAC) 등을 통해 우회상장했다.
이 밖에 많은 곳들이 상장 문턱을 넘지 못했으며 상장한 곳들도 상장폐지되거나 상장폐지 심사를 받고 있는 등 프랜차이즈기업들은 공모시장에서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는데 코스피 직행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창업주가 아닌 전문경영인 대표가 상장에 도전하는 것 역시 교촌에프엔비가 첫 사례다.
프랜차이즈기업은 모두 개인사업자였던 창업주가 이른바 ‘대박’을 터뜨린 뒤 가맹점을 넓히는 방식으로 성장한다.
이 때문에 창업주가 별다른 견제를 받지 않은 채 사업 전반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갑질 및 독단적 경영 등 오너리스크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어왔다.
교촌에프앤비 역시 자회사 부실 및 가맹점 상생 논란 등으로 진통을 겪었지만 지난해 창업주인 권원강 전 교촌에프앤비 회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전문경영인인 소 회장을 영입해 뒷말이 나올 여지를 차단했다.
권 전 회장은 “전문경영인에게 교촌의 다음 30년을 맡기겠다”고 말했다.
소 회장의 존재 자체가 교촌에프앤비의 상장 도전에 큰 무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기업의 공모가 산정을 위한 기준이 여전히 불분명한 가운데 교촌에프앤비가 코스피 상장에 성공하면 첫 기준점을 세우게 되는 것”이라며 “다만 코로나19로 국내 공모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점이 최대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