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지막 화살 한 발을 쏴 명중에 성공했다.
KB금융지주가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다. 이번 인수로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금융지주 1위 탈환에도 한층 더 다가섰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10일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 체결 및 자회사 편입승인 안건’을 결의하고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인수대상은 미국 푸르덴셜인터내셔널인슈어런스홀딩스가 보유한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다. 가격은 2조2650억 원이다.
푸르덴셜생명 인수는 윤 회장이 취임한 2014년 이후 세 번째이자 2016년 현대증권(KB증권)을 인수한 지 4년 만의 인수다.
윤 회장이 생명보험사 인수를 공식화한 건 2017년 연임이 결정된 직후 연 기자간담회에서다.
기다림은 길어졌다. ING생명(오렌지라이프)이 매물로 나왔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인수를 포기했고 교보생명과 동양생명 등은 꾸준히 매각설에 휘말리면서도 매물로 나오지 않았다.
윤 회장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푸르덴셜생명의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되자 좌고우면하지 않았다.
투자금융업계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푸르덴셜생명 인수전 초반부터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부터 윤 회장이 이번에 마음을 먹은 만큼 상당한 베팅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본입찰에서는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KB금융지주보다 1천억 원가량 높은 가격을 써낸 사모펀드가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대주주 측에서 사업의 연속성과 경쟁력, 고용 안정 등을 고려해 KB금융지주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면서 KB금융그룹의 포트폴리오도 완성됐다. 은행, 증권사, 카드사,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를 모두 갖췄을 뿐만 아니라 은행은 1~2위, 나머지 회사들은 업계 3~5위권을 다투는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 순이익 1408억 원을 거뒀다. 국내 24개 생명보험사 가운데 순이익 기준으로는 6위다. 같은 기간 KB생명보험은 순이익 141억 원을 냈는데 푸르덴셜생명까지 더해지면 순이익 5위인 동양생명을 뛰어넘는다.
자산규모로는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보험을 더해 30조 원가량으로 9위 수준이다. 비슷한 자산규모로는 동양생명, 오렌지라이프 등이 있다.
신한금융지주에 내준 금융지주 1위 탈환도 한층 가까워졌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금융지주의 자산은 552조 원, KB금융지주의 자산은 518조 원이다.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해도 자산규모는 밀리지만 순이익 기준으로는 둘의 격차보다 푸르덴셜생명 순이익이 더 많아 순위가 역전된다.
윤 회장의 연임에도 파란 불이 켜졌다. 윤 회장은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비은행부문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성과에도 큰 획을 긋게 됐다.
최악의 업황인 만큼 생명보험사를 둘러싼 우려의 시선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는 남았지만 윤 회장의 의욕도 그 어느 때보다 넘칠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도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놓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비가 온다고 모든 사람이 집에만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우산을 쓰고 장비를 갖춘 사람은 비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라는 우려와 관련해서도 윤 회장은 “저금리는 이미 일본이나 유럽이 경험한 상황인데 유럽은 은행보다 생명보험사의 PBR(주가 순자산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일본도 마찬가지”라며 “어려운 환경일수록 기회가 있고 보험 수요도 여전히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