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기자 jelee@businesspost.co.kr2020-04-08 16: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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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의 발전자회사들이 한전공대 설립 관련 비용을 한국전력과 함께 부담해 재무구조가 악화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발전자회사들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고 부채비율도 높아 이자비용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인데 한전공대에 돈을 내는 일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 한정공대 입지로 선정된 전라남도 나주시 빛가람동 일원(부영 컨트리클럽(CC) 일부 및 주변 농경지)의 모습. <전라남도청>
8일 에너지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들이 한전공대 설립과 관련한 비용을 한국전력과 나눠 내기로 했는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까지 나타나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공대는 전라남도 나주시에 지어지고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를 통해 설립인가를 받았다.
한국전력의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한전공대 설립·운영비는 2031년까지 모두 1조6천억 원 규모에 이른다. 대학 설립비는 6210억 원, 연간 운영비는 641억 원 등이다.
지금까지 한국전력의 출연금 600억 원, 전라남도와 나주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부담금 2천억 원만 확보됐다.
개교할 때까지는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가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2월 자회사들과 일정한 분담비율에 따라 공동지원에 나서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들의 실적과 재무구조가 악화한 상태인데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력은 2019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59조927억 원, 영업손실 1조3566억 원, 순손실 2조2244억 원을 냈다. 영업손실은 2008년(영업손실 2조7981억 원) 이후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발전자회사들의 2019년 실적을 살펴보면 중부발전, 남부발전, 서부발전은 순손실을 냈다. 중부발전은 순손실 58억 원, 남부발전은 순손실 342억 원, 서부발전은 순손실 466억 원을 봤다.
동서발전은 순이익 1415억 원, 남동발전은 순이익 326억 원을 냈지만 그렇게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발전자회사를 포함한 한국전력의 부채비율도 늘고 있다. 2017년 149.1%, 2018년 160.6%, 2019년 186.8%로 증가하고 있다.
발전자회사의 2019년 부채비율을 살펴보면 중부발전이 241.21%, 서부발전 173.11%, 남부발전 126.63%, 남동발전 126.63%, 동서발전 107.10% 등이다.
발전자회사의 부채비율은 탈원전정책이 도입된 2017년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부발전의 부채비율은 2017년(168.25%)과 비교하면 2019년 43.36%포인트 늘었다. 남동발전은 2017년(99.95%)보다 26.84%포인트, 남부발전 18.38%포인트, 서부발전 16.96%포인트, 동서발전은 15.4%포인트 증가했다.
기획재정부는 한국전력의 부채비율이 2023년 153%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중부발전과 서부발전의 부채비율은 20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보도자료를 통해 “2019년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은 176%로 다른 국가 유틸리티(전력공급사)보다 낮은 편”이라며 “같은 기간 미국 듀크에너지의 부채비율은 239%, 프랑스 EDF는 441%, 독일 이온(E.on)은 709%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을 살펴보면 부담이 커보인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9∼2023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은 –0.62로 조사됐다. 2018년도 –0.11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영업이익보다 갚아야 할 이자비용이 더 많다는 의미다.
발전자회사를 살펴보면 중부발전, 남부발전, 서부발전의 이자보상배율은 0.61, 0.99 0.5로 나타나 1.0 미만이다. 동서발전, 남동발전은 1.04, 1.03으로 조사돼 1.0을 살짝 넘었다.
통상적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5를 넘어야 기업이 정상적으로 이자비용을 갚아나갈 수 있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박일준 동서발전 사장은 한 매체에서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들이 공동부담하는 것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일회성으로 큰 돈을 내는 것 말고 다른 방식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에 발전자회사들이 흩어져 있으니 각 지역에서 발전사업을 확대하고 그 이익을 한전공대의 운영비로 지원하는 방식 등 장기적 지원책을 마련하면 좋겠다”며 “한국전력과 출연 분배에 나서는 발전사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08년 국제원자력대학교대학원(KINGS)을 설립할 당시 비용을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들이 나눠 냈던 전례에서 장단점을 살펴 좀 더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제원자력대학교대학원의 579억 원 규모의 설립비 가운데 한국전력이 357억 원(61.7%), 한국수력원자력이 164억 원(28.3%), 한전기술이 23억 원(4%), 한전KPS가 23억 원(4%), 한전원자력연료가 12억 원(2%)을 부담했다.
한전공대는 3일 교육부 대학설립심사위원회로부터 법인 설립을 허가받았다. 한국전력은 4월에 총장 추천위원회 심의를 진행하고 6월 안에 총장을 선임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