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은 재계에서 범 롯데가로 분류된다.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둘째 동생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농심은 범 롯데가이지만 보여주는 모습은 롯데그룹과 크게 대비된다.
롯데그룹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반면, 농심은 일찌감치 장남 중심으로 경영권 승계를 끝냈기 때문이다.
◆ 장남 중심의 경영권 승계 완성
신격호 총괄회장은 90세가 넘도록 그룹의 후계구도를 마무리짓지 못해 결과적으로 ‘골육상쟁’의 단초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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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
반면 신춘호 회장은 일찌감치 장자 중심의 후계구도를 완성해 ‘불씨’를 원천차단했다.
신 회장은 3남2녀의 자식을 두고 있는데 누구에게 회사를 맡기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신 회장은 20년 전부터 업무를 차별화하고 지주사인 농심홀딩스 지분을 차등배분하는 방식으로 후계구도를 정리했다.
신 회장의 세 아들은 대학졸업 뒤 모두 농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지만 지금은 서로 다른 회사를 맡아 각자경영하고 있다.
농심그룹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농심은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이 맡고 있다. 신 부회장은 1979년 농심에 사원으로 입사한 뒤 2000년부터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랐다.
차남인 신동윤 부회장은 1983년 농심에 들어간 뒤 1989년 계열사 율촌화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2000년 율촌화학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06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삼남 신동익 부회장은 1984년 농심에 입사한 뒤 1992년 농심가(현 메가마트)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2002년 그룹 인사 때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신동원 부회장과 신동윤 부회장은 10분 간격으로 태어나 일란성 쌍둥이인데 장남과 차남은 아버지의 결정에 순순이 따랐고 형제 사이도 매우 좋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회사만 나눈 것이 아니라 지분도 차등해 배분했다.
농심그룹은 2003년 지주사인 농심홀딩스를 설립했는데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이 지분 36.88%로 최대주주다.
차남인 신동윤 부회장은 지분 19.69%를 보유하고 있고 삼남인 신동익 부회장은 아예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 ‘짜왕’ 출시 4개월 만에 주가 11만원 상승
짜왕은 지난 4월 시장에 선보인 뒤 출시 2개월 만에 매출 220억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두 달 동안 매출만으로 올 상반기 전체 라면시장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짜왕의 ‘히트’는 신동원 부회장이 내세운 고가프리미엄, 굵은 면발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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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왕의 TV 광고모델인 개그맨 정형돈씨. |
농심은 짜왕의 선전에 힘입어 올해 2분기 매출 5295억 원, 영업이익 242억 원의 좋은 실적을 냈다. 주가도 탄력을 받고 있다.
농심 주가는 지난 4월20일 24만4500원이었으나 31일 35만8천 원으로 뛰었다.4개월 만에 11만원이나 오른 것이다.
신춘호 회장은 형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현재 전혀 접촉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형제 갈등의 발단은 196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 회장은 당시 일본롯데 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신 총괄회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라면사업에 뛰어들었다.
신 회장은 1965년 아예 ‘롯데공업’을 차리며 기존 롯데의 라면사업과 경쟁을 벌이자 형제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그 뒤 신 회장이 롯데공업을 농심으로 개명하면서 형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형제의 앙금은 지금까지도 깊어 신 회장은 부친의 제사에 일절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신동주 신동빈 형제가 경영권 싸움을 벌일 때에도 ‘롯데 일은 남의 집안 일’이라며 확실히 선을 그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