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웅 한화토탈 대표이사 사장이 연초부터 화성부문(석유화학)의 주력제품인 스티렌모노머(SM)의 시황 악화에 고전하고 있다.
근본적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생산설비 가동률을 낮추는 데도 한계가 있어 한화토탈 실적 개선에 난항이 예상된다.
▲ 권혁웅 한화토탈 대표이사 사장.
28일 한화토탈에 따르면 3월부터 스티렌모노머 생산설비의 가동률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티렌모노머는 생활잡화에 폭넓게 쓰이는 플라스틱 폴리스티렌(PS)이나 자동차 내외장재로 쓰이는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의 원료다. 한화토탈은 연 105만 톤의 스티렌모노머를 생산하는 국내 1위 사업자다.
2019년 말부터 스티렌모노머 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되자 권 사장은 올해 1월 설비 가동률을 85%까지 낮추는 결정을 내렸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3월부터 스티렌모노머 생산설비 가동률을 다시 80%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기존의 고정 거래선을 유지하기 위해 이보다 더 낮추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즉 스티렌모노머 생산설비 가동률 80%는 고객사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권 사장이 선택할 수 있는 조치의 마지노선이다.
그러나 화학업황의 불황은 권 사장이 더욱 강력한 대응책을 내도록 압박하고 있다.
글로벌 제품시황 분석기관 플래츠(Platts)에 따르면 2월 넷째 주(24~28일) 나프타의 국내 도입시기를 감안한 한 달 후행 스티렌모노머-나프타 스프레드(스티렌모노머와 원재료 나프타의 가격 차이)는 톤당 251.3달러다. 이는 1년 전보다 51%, 2년 전보다는 70.1% 줄어든 수치다.
2018년 하반기부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화학업황의 침체기(다운사이클)가 시작된 가운데 코로나19가 겹쳐 한화토탈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나프타 분해설비(NCC)를 통해 생산한 에틸렌으로 스티렌모노머를 만드는 회사라면 현재 수익성으로는 설비 운영비용이나 인건비 등 고정비를 감안할 때 남는 것이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화토탈은 나프타 분해설비뿐만 아니라 나프타보다 가격이 낮은 LPG(액화석유가스)를 이용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가스 전용 분해설비(사이드크래커)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한화토탈은 스티렌모노머의 원료 에틸렌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권 사장이 설비 가동률을 80% 아래로 떨어뜨리지 않고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스티렌모노머의 수익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권 사장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 석유화학회사들은 춘절 연휴동안 제품이 판매되지 않는 가운데서도 정상가동을 유지한 만큼 제품의 재고 과잉이 심각하다”며 “3월부터 그동안 쌓인 과잉재고의 덤핑판매가 시작돼 석유화학 스프레드는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권 사장이 안고 있는 스티렌모노머의 수익성 고민은 한화토탈 화성부문의 사업구조에 기반을 둔다.
국내 스티렌모노머 2, 3위 생산자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스티렌모노머의 다운스트림 제품인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까지 직접 생산한다. 스티렌모노머를 자체적으로 소비하는 만큼 수익성 악화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유사시 설비 가동률 조정의 여지도 폭넓다.
반면 한화토탈은 스티렌모노머의 다운스트림 제품을 생산하지 않아 대부분을 외부에 판매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화토탈 화성부문의 매출 가운데 수출비중은 90% 수준에 이른다.
이는 한화토탈이 업황 변화에 비교적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권 사장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코로나19 등 글로벌 악재가 해소되기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별다른 대처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화토탈은 2019년 3분기 기준으로 누적 영업이익 3365억 원을 거둬 전년 같은 기간보다 66.2% 줄었다. 게다가 2019년 4분기도 업황은 좋지 않았던 만큼 실적 하락세가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한화토탈은 화성, 에너지(정유), 수지(소재) 등 3개 사업부문 가운데 화성부문의 매출비중이 40% 안팎으로 가장 높다.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화성부문이 살아나는 것이 급선무다.
권 사장이 2018년 10월 대표이사에 오르기 전 한화토탈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으로 영업이익 1조 원 이상을 냈던 한화그룹의 대표적 현금 창출원이었다.
대표 취임시기와 글로벌 정유·화학업황의 부진이 맞물렸다지만 권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