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CES2020에서 소개한 '삼성패스' 아이콘(위쪽)과 애플 '터치ID' 및 '페이스ID' 아이콘. |
기업이 글로벌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독창성과 창의성을 갖춰야 한다.
애플은 아이폰을 통해 스마트폰시대의 문을 열었다. 테슬라는 전기차가 실제로 도로에서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구글은 검색창 하나로 세계를 이끄는 IT 기업이 됐다.
국내에서도 LG전자는 의류관리기 ‘스타일러’로 새로운 생활가전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어떤가? 누구나 인정하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독창성과 창의성이라는 점에서는 미흡하다는 말을 듣는다.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더 큰 성과를 내곤 했지만 늘 세상을 뒤흔들 '한 방'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일하기도 했던 이원재 LAB2050 대표는 '2020년 창조의 시대 신 생존법'이라는 부제를 단 저서 ‘한국경제 하이에나를 죽여라’에서 한국 재벌기업의 상황을 '하이에나'로 묘사했다.
그는 “하이에나가 지닌 기술은 남의 먹잇감을 가로채거나 남이 먹다 남은 것으로 생존을 이어가는 것뿐”이라며 하이에나와 같은 습성을 버리고 창조성을 획득해야만이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희망이 있다고 봤다.
물론 삼성전자는 최근까지 ‘하이에나’ 같은 추격자의 위치를 벗어나 선도자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했고 상당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특히 최근 출시한 폴더블(접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는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 이후 최고의 '폼팩터' 상품으로 호평받고 있다. 품질 관련 논란이 있었지만 아무도 갤럭시폴드의 혁신성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최근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0’에서도 삼성전자는 갤럭시폴드에 이어 세상을 놀라게 할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지구적'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CES에서 공개한 애플리케이션(앱) '삼성패스'의 일부 아이콘이 애플 디자인을 베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삼성전자의 혁신 노력은 빛이 바랬다.
이 논란은 언론들이 생체인식 기술을 표현한 얼굴 모양 아이콘과 지문 모양 아이콘이 애플 보안기술 ‘터치ID’와 ‘페이스ID’의 아이콘과 흡사하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아이콘 한두 개가 삼성전자의 제품이나 기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아이콘의 디자인에 소홀했던 결과 여전히 애플을 따라가는 위치에 있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준 셈이 됐다.
IT매체 WCCF테크는 이번 디자인 관련 의혹을 두고 “오래된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삼성전자가 애플 스마트폰 디자인을 베꼈다는 의혹을 받아 2011년부터 7년 동안 특허침해 소송전을 벌인 점을 겨냥한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니라 선도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너무나 뼈아픈 대목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