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할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총수 일가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는 데 대해 대응하기 위해 호텔롯데를 상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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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그러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다툼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호텔롯데 상장이 단기간에 추진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호텔롯데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나 다름없다. 호텔롯데가 롯데쇼핑 지분 8.83%, 롯데알미늄 12.99%, 롯데리아 18.77%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는 일본 L투자회사가 72.65%, 일본 롯데홀딩스가 19.07%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롯데그룹이 일본기업이라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호텔롯데가 상장되면 이런 논란을 희석시키는 효과가 생긴다. 구주매출을 통해 상장절차를 밟으면 오너 일가와 일본 계열사 지분률이 낮아진다. 또 신주를 발행한 뒤 공모를 거쳐 상장하면 일본 계열사의 지분율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도 호텔롯데 상장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호텔롯데가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만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투명성을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호텔롯데가 상장요건을 이미 충족한 점도 상장 추진설에 힘을 싣고 있다. 호텔롯데는 매출 1천억 원 이상 및 평균 700억 원 이상, 자기자본이익률(ROE) 최근 사업연도 3% 또는 이익액 50억 원 이상 등의 기본 상장요건을 갖췄다.
그러나 호텔롯데 상장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기업공개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이를 밀어붙일 경우 주주들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총수 일가가 치열한 지분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굳이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지분을 낮추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더욱이 신동빈 회장이 일본 L투자회사 12곳의 대표이사로 등재된 사실이 확인되는 등 일부 실체가 드러나긴 했지만 가장 중요한 지분현황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이 섣불리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할 경우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롯데그룹은 총수 일가가 경영권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이미지 추락은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꼼수’ 상장이란 비난마저 불거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상장하면 회사 전체 가치가 7조~10조 원에 이를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장기적으로 호텔롯데를 상장하거나 롯데쇼핑을 지주회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는 80곳인데 이 가운데 상장 회사는 단 8곳밖에 없다. 일본 롯데그룹의 경우 계열사 37곳은 모두 비상장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