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전광현 사장은 커지는 세계 치매 치료제시장에서 우선 ‘패치형 치료제’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SK케미칼의 제네릭(화학의약품 복제약) 패치형 치매 치료제 ‘SID710’은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시판허가를 받았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치매 치료 패치가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은 것은 처음이어서 SK케미칼 주가는 11월27일 상한가까지 치솟는 등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SID710은 복제약이고 치료제라기보다 증상완화제로 분류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연매출 35억 원 정도로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고 글로벌 매출도 2018년 기준 약 23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제약업계에서는 전 사장이 치매 치료제에서 더 큰 성과를 내려면 혁신신약을 개발해야 할 것으로 보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SK케미칼이 그동안 치매 치료 신약을 개발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SK케미칼은 할미꽃뿌리 백두옹을 원료로 치매치료 후보 물질 ‘SK-PC-B70M’의 임상3상까지 진행했지만 결국 제품화에 실패했고 현재 추가적 연구를 진행하지는 않고 있다.
치매 신약 개발은 글로벌 제약사들도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하지만 포기하기에는 치매 치료제가 너무 큰 시장이다.
세계 치매 치료제시장은 매년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주요 7개국(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일본)에서 치매 환자의 70%가 앓는 알츠하이머 치료제시장은 매년 17.3%씩 성장해 2026년 16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케미칼은 치매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비록 중단됐지만 천연물을 이용한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임상3상까지 진행했고 복제약이긴 하지만 국내 최초로 패치형 치매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같은 치매치료제 개발 노하우는 혁신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SK케미칼이 중추신경계(CNS)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점도 치매 신약 개발에 유리한 요소다.
치매와 뇌전증(간질), 파킨슨병 등과 같은 질환은 뇌에 문제가 생겨서 발병하는데 뇌혈관은 방어벽이 촘촘해 약물의 침투율이 높이는 것이 중추신경계 약물개발의 성공 열쇠로 지목된다.
SK케미칼은 2018년 국내 최초로 서방형 뇌전증치료제 ‘큐덱시’를 출시하고 파킨슨치료제 ‘SKP161’을 개발하는 등 중추신경계분야에서 연구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다.
SK케미칼이 치매 신약 개발에 뛰어든다면 기술 도입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케미칼은 그동안 외부 바이오업체에 지분투자를 하거나 기술 도입과 같은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에서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치매 치료제는 관련 신약 후보물질이 없고 실패 위험성도 큰 만큼 외부와 다양한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아직 치매 신약 개발을 다시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며 "올해 8월 인공지능(AI) 신약 개발사인 스탠다임과 공동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기로 하는 등 최근에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