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CJ제일제당이 추진하고 있는 가양동 부지 매각에 대우건설 등 복수의 기업과 컨소시엄이 입찰의향서를 제출했다. 입찰가로 1조 원에 이르는 금액을 써낸 후보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조 원은 가양동 부지의 장부가액인 6천억~7천억 원을 훌쩍 웃도는 금액이다.
CJ제일제당은 가양동 부지를 매각하는 방안과 직접 개발해 수익을 내는 방안 양쪽을 두고 끝까지 고심을 거듭했는데 입찰경쟁이 뜨거운 점이 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좋은 방안은 연내에 매각 대금을 현금으로 다 받아내는 것이다. 매각자금으로 연말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1700억원을 상환하는 일이 시급하다.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몇몇 기업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1조원 대의 금액을 써냈지만 증권사와 재무적투자자를 모아서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연내 완납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이 현금 입찰이 가능한 기업을 더 찾아나서거나 여의치 않으면 9000억 원대 현금 완납 의향서를 냈던 것으로 알려진 호반건설 카드가 다시 부상할 수도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신 사장은 가양동 부지 매각으로 1조 원 수준의 자금을 확보하면 차입금 상환 등을 통해 재무건전성 작업에 한층 속도를 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차입금을 줄여 신용도 하락을 막아야 자금조달 등에서 숨통이 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화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은 예전과 비교해 약화된 수익성이 신용등급 하향 압력을 높이고 있다”면서도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 차입금 감축방안이 실행되면 차입부담 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CJ제일제당은 현재 갚아야 할 돈도 많은 데다 국내외에서 사업의 외형을 키워놓은 만큼 지속적 투자가 필요하다.
CJ제일제당은 9월 기준으로 연결기준 단기성 차입금이 5조1170억 원에 이른다. 순차입금은 10조8258억 원에 육박한다.
슈완스 인수와 관련된 상각비용도 2020년 약 400억 원, 2021년과 2022년 각각 200억 원가량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진천 식품통합기지에도 약 9천억 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 사장은 올해 3분기가 끝나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회사의 미래 성장을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 등 많은 투자를 해왔는데 예상과 달리 조기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기대만큼의 사업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수익성 악화에 따른 대외 신용도 하락 리스크가 발생해 자금조달의 어려움 등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강서구 가양동 부지(약 10만5천㎡)는 마곡도시개발지구에 인접해 ‘알짜부지’로 꼽힌다.
마곡도시재발지구에는 코오롱그룹과 롯데그룹 연구소, LG그룹 연구개발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 등이 들어서있다. 마곡지구 개발붐으로 가양동 일대 아파트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서울시가 마곡 8만2724㎡ 일대에 문화·집회시설, 업무시설, 컨벤션, 호텔 등을 조성하는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마곡지구의 가치가 더욱 높게 평가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4분기부터 공장부지 등 유휴자산의 유동화 추진, 수익성 중심의 운전자본 관리 강화, 투자제한, 해외자회사의 외부 자본성 조달 확대 등의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내놓고 현재 비공개로 가양동 부지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