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사는 여러 모로 관심을 끈다. 반도체업황 악화로 SK하이닉스의 실적이 크게 후퇴한 데다 이석희 사장체제에서 이뤄지는 첫 인사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영업이익이 5천억 원에도 미치지 못해 2018년 같은 기간보다 그 규모가 10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연간 영업이익도 3조 원 수준으로 2018년 21조 원에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 규모였다. 그럼에도 2018년 SK하이닉스 임원 승진자 수는 2017년보다 44% 감소한 23명 수준에 그쳤다. 당시 SK하이닉스는 실적 전망을 고려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황은 달라졌다. 비록 실적은 악화됐지만 2020년 메모리반도체업황 개선이 예상된다. 여기에 지난해 인사폭이 적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인사폭은 다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 사장은 2018년 임원인사에서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는데 2년차를 맞아 인사를 통한 조직쇄신을 추진할 것이라는 시선도 인사폭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이 사장은 올해 들어 CEO 직속으로 데이터리서치 조직을 신설하고 데이터사이언스 분야 전문가인 김영한 미국 샌디에이고캘리포니아대(UCSD) 교수를 영입하는 등 인재영입에 적극적 태도를 보여 왔다.
이 사장의 인재 욕심은 큰 편으로 알려졌다. 그는 10월 SK하이닉스 자체 인터뷰에서 “일을 잘하기 위해 실력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좋은 사람들과 일하게 된다”며 “지금도 좋은 인재를 만나기 위해 많이 살피고 찾아다닌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이 사장이 단행할 인사에는 그동안 그가 찾아낸 유능한 외부 인재가 포함될 수 있다. 이는 임원 세대교체와 맞물려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이상선 제조·기술부문장 부사장이 교체될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이 부사장의 후임으로는 곽노정 청주M15 공장장의 이름이 거명된다.
이 부사장은 SK하이닉스를 대표하는 반도체 공정 전문가로 2016년 연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해 반도체 생산 등을 총괄했다. 이 부사장은 2018년 연말인사에서 SK실트론 대표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SK하이닉스의 낸드사업이 고전하고 있어 이와 관련한 부문의 인사도 지켜볼 대목이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낸드시장 점유율이 9.6%로 떨어지면서 인텔에 5위 자리를 내주고 6위로 밀려났다.
SK하이닉스 낸드사업은 정태성 사장이 총괄한다. 정 사장은 삼성전자 출신인데 2016년 연말인사에서 SK하이닉스에 영입돼 3년째 낸드사업을 이끌고 있다.
이 사장은 SK하이닉스가 최근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이미지센서(CIS)사업에 인사를 통해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사업구조에서 메모리 편중을 완화하기 위해 D램 생산라인 일부를 이미지센서용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얼마전 일본에 이미지센서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이미지센서 브랜드 ‘블랙펄’을 출시하는 등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