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두카누맙은 처음에는 임상실패라고 발표됐지만 고용량으로 활용하면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기능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보였다. 아두카누맙의 EMERGE 임상3상에서 환자들은 투약 78주 뒤 1차 유효성평가 지표인 임상치매평가척도(CDR-SB)에서 위약군 대비 약 23% 인지능력이 개선됐다.
현재까지 효과가 있는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아두카누맙의 판매허가에 긍정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판매되는 알츠하이머 완화제만으로는 폭증하는 사회적 의료비용의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개발 실패율이 99%에 이르지만 많은 글로벌 제약사들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는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는 알츠하이머 후보물질의 혈뇌장벽 투과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 중국 상하이그린밸리제약은 올해 11월 중국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 ‘GV-971’의 조건부 판매승인을 받았다.
김태한 사장은 예전부터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을 확대할 기회라고 여겼다.
김 사장은 2018년 10월 국제의약품박람회 기조연설에서 “미해결 과제였던 알츠하이머 및 파킨슨 치료제가 개발되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을 때 대량생산이 가능한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환자의 지속적 투약이 중요한 만큼 엄청난 물량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바이오의약품을 그 정도로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위탁생산업체는 세계적으로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베링거인겔하임, 론자 정도밖에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간 36만 리터 규모의 바이오의약품을 만들 수 있는 세계 최대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9년 공장 가동률은 1공장 57%, 2공장 68%, 3공장 16% 정도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알츠하이머 치료제 위탁생산을 시작하면 낮은 공장 가동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기존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 향후 4공장까지 새로 지을 가능성도 크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두카누맙이 추가 데이터 분석에서 임상적 유의성을 확보해 신약허가를 추진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공장 건설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며 “아두카누맙을 제외하더라도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상황이 회복되고 있어 기업가치에서 제외했던 4공장 가치를 재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