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고급 준대형세단시장에서 자존심 회복을 벼르고 있다.
제네시스는 G80으로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고급 준대형세단시장에서 판매 1위 자리를 지켰는데 올해 들어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에 추월당했다.
2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E-클래스가 올해 고급 준대형세단시장에서 판매순위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E-클래스는 올해 1~9월에 모두 3만397대 팔리며 2위인 G80을 1만 대 넘는 차이로 따돌렸다. G80은 같은 기간에 1만7581대 팔리는 데 그쳤다.
G80의 월평균 판매량은 3천 대 수준으로 남은 3개월 동안 E-클래스를 따라잡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G80은 제네시스의 주력 차종인 데다 국내 고급차시장에 제네시스 브랜드의 안착을 이끌었던 모델인 만큼 현대차로서는 G80의 후진에 속이 상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세계 고급차시장에서 독일과 일본 등 주요 완성차기업들과 어깨를 견주겠다는 비전을 세워두고 있는데 안방에서 밀리게 되면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G80은 국내 누적 판매량 10만 대 달성에서도 E-클래스에 간발의 차이로 선수를 뺏겼다. E-클래스가 6월에 누적 판매량 10만 대를 달성한 반면 G80은 8월에야 10만 대 판매를 돌파했다.
현대차는 내년 새 G80 출시를 자존심 회복의 발판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G80이 E클래스와 비교해 실내공간 규모, 사후서비스의 편리함 등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신형 G80이 나오면 곧바로 두 차량의 판매순위가 역전될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많다.
내년 새 G80은 2015년 G80의 전신인 2세대 제네시스 출시 뒤 6년 만에 완전변경모델인데 디자인, 편의성, 안전성 등에서 상품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현대차가 제네시스에서도 친환경차 모델을 두겠다고 발표한 만큼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대차는 24일 공개한 별도자료에서 “제네시스 라인업과 합쳐 2025년까지 모두 16종의 친환경차 라인업을 꾸릴 것”이라고 밝혔다.
엔진 라인업이 다양해지면 수요를 확대하는 일도 한층 수월해지기 때문에 판매량을 늘리는 데 힘이 된다.
다만 국내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브랜드 위상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만큼 상품성 개선만으로 G80이 E클래스에 다시 앞설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승차감 못지 않게 ‘하차감’이 차종을 결정하는 핵심요인으로 떠오르고 있어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치고 1위 자리를 탈환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차감은 차에서 내릴 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느끼는 만족감을 뜻하는데 고급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가격이나 성능보다 브랜드 인지도에 더 무게를 둔다는 점을 반영한 말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는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6월 누적 판매량 10만 대를 넘어선 데다 9월까지 모두 아홉달 연속으로 수입 베스트셀링 모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두 차량을 비교해서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말하긴 힘들다”며 “제네시스 G80의 판매량 감소는 신차 출시가 얼마 안 남은 데 따른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