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를 최우선과제로 추진하겠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융위원회가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신청을 받기 시작한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하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새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은 여러 부정적 현안에 둘러싸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위가 이른 시일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추진과제로 꼽힌다.
은 위원장은 9월 취임하자마자 벌어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손실사태 대응에 주력하고 있는데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사태까지 발생하면서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에 관련한 정치권 공세,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사이 불화설 등도 은 위원장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놓였다.
은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도 금융위가 추진해오던 주요 과제를 성공으로 이끌어 리더십과 역할을 증명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굳은 결의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금융위의 인가 신청 기간에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도전하겠다는 뚜렷한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아 자칫하면 계획이 완전히 무산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다.
상반기에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신청했다 탈락한 키움증권은 결국 진출을 포기했고 가능성을 검토중이던 신한금융그룹도 마땅한 협력사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거리를 뒀다.
하지만 신청 마지막 날인 15일 금융플랫폼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가 KEB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 한화투자증권과 이랜드월드 등을 컨소시엄에 끌어들이면서 인가 신청을 공식화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의 인가조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은 유력한 후보가 등장하면서 은 위원장도 한층 부담을 덜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이나 대형 핀테크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신청에 참여하지 않아 흥행에 실패한다면 은 위원장은 거듭된 악재에 책임을 떠안고 후속 대책을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적격성이나 자본여력 등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신청자를 통과시킨다면 향후 소비자 피해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무리하게 인가를 추진하기도 어려운 처지였다.
결국 핀테크 분야 선두기업인 비바리퍼블리카와 대형 은행인 KEB하나은행 등이 모두 참여하면서 은 위원장이 고민을 덜게 된 셈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연말까지 토스뱅크 컨소시엄의 설립 인가를 놓고 심사와 검토를 거쳐야 한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상반기에도 한화투자증권과 핀테크기업 등을 주주사로 끌어들여 인가 신청을 냈지만 출자능력과 자금조달능력 등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 반려됐다.
이번에는 KEB하나은행과 이랜드월드가 2대 주주로 새로 참여했고 중소기업중앙회의 참여로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명분까지 갖추게 된 만큼 토스뱅크의 설립 인가 가능성이 높아졌다.
은 위원장은 금융위가 인가 신청을 받기 전인 7일 기자들과 만나 인터넷전문은행 관련된 시장상황이 “냉랭하지 않지만 과열도 아니라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금융위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추진계획을 실현할 가능성 있는 후보로 떠오르면서 은 위원장은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됐다.
은 위원장은 다만 토스뱅크 설립 추진 과정에서 금감원과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9월 핀테크 관련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과 관련한 금감원 규제가 엄격하다는 점에 아쉬움을 보였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 대표의 발언을 놓고 금융당국 규정을 쉽게 바꿀 수는 없다며 맞섰다.
금감원이 이미 상반기에 인가를 반려한 토스뱅크 컨소시엄을 놓고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양쪽에 모두 소통 창구 역할을 담당하는 금융위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은 위원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에서 여전히 인터넷전문은행 진입문턱을 높게 느끼고 있는 점을 실감했다”며 인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금융위와 금감원이 모두 힘쓰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