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은 자체 온라인몰인 ‘더현대닷컴’을 두고 있지만 더현대닷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붓기보다는 온라인 제휴 쇼핑몰을 늘려가는 데 집중한다.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9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온라인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놓고 온라인 제휴 쇼핑몰을 꾸준히 확대해 현대백화점 상품에 관한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현대백화점은 이에따라 최근 e커머스기업 쿠팡에 오픈마켓 형태로 입점했다.
오픈마켓이란 판매자가 일정한 비율의 수수료를 내고 쿠팡과 같은 e커머스기업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쿠팡 플랫폼 오픈마켓의 중개수수료는 상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판매금액의 10% 수준이다.
정 회장은 수수료비용을 고려하더라도 이미 온라인시장에서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자리잡고 있는 온라인쇼핑몰들과 손을 잡는 것이 자체 온라인 경쟁력을 키워가는 것보다 빠르고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롯데나 신세계 등 경쟁 오프라인 유통대기업과 다르게 대형마트사업 등을 하고 있지 않은 점도 정 회장이 온라인시장에서 ‘지름길’을 선택할 수 있는 이유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7월 한 달 동안 쇼핑에 쿠팡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사람의 수가 1160만 명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11번가앱은 607만 명, 위메프앱은 480만 명이 이용했다.
쿠팡은 2019년 상반기 결제액 추정치도 2018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4%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은 이처럼 e커머스기업들 가운데서도 독보적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쿠팡 플랫폼에 올라타면서 특히 온라인 소비가 늘면서 가장 타격을 받고있는 여성의류 상품군의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쿠팡에서 ‘현대백화점’을 검색하면 약 40만 개가 넘는 관련 상품이 뜬다. 이 가운데 여성의류 상품의 비중이 가장 높다.
현대백화점은 쿠팡에서 주로 ‘부루앤주디’, ‘엠씨’ 등 여성 캐주얼 브랜드 의류상품과 게스슈즈, 닥스 양말 등 잡화상품, 티파니주니어, 블루독베이비 등의 아동 의류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 백화점들은 온라인유통채널의 급격한 성장에 해외명품 등 고급상품군으로 중심축을 옮기는 방법으로 방어에 나섰다.
현대백화점 역시 올해 2분기 기존점 전체 매출 증가율이 2%수준인 것과 비교해 명품 매출은 15%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마진이 높은 품목인 의류와 잡화 등의 매출을 회복하지 못하면 수익성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이 2분기 명품 및 리빙용품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여성의류 등 패션, 잡화 부문의 판매 부진으로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며 “패션, 잡화와 비교해 마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명품 매출 비중이 증가하면서 이익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2분기 고마진 상품군인 의류와 잡화 등의 매출이 줄고 명품 매출비중이 높아지면서 전체 매출은 2018년 같은 기간보다 14% 늘었는데도 영업이익은 11.2% 줄어들었다.
백화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쿠팡 등 온라인쇼핑몰들에 입점을 늘려가면서 매출 회복이 더딘 여성의류와 영패션, 잡화 상품군 판매에 새로운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현대백화점이 자체 온라인사업 강화에 들어갈 자금을 아끼면서 오프라인 매장 경쟁력 강화에 더 투자할 여력도 생기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