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드릴십(원유시추선) 4척의 제때 인도를 장담할 수 없어 재무적 부담을 안고 있다.
22일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미인도 드릴십 4척의 인도일정이 미뤄진다면 매각대금의 확보가 늦어지고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드릴십은 해양유전개발 프로젝트의 원유 채굴을 본격화하기에 앞서 시추를 통해 정확한 원유 매장 위치를 파악하는데 쓰인다.
그런데 최근 국제유가가 해양 프로젝트의 채산성을 담보하는 60달러선을 밑돌고 있어 영국 로즈뱅크 프로젝트와 같은 굵직한 해양 프로젝트들의 개시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이에 시추선 수요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의 미인도 드릴십 4척 가운데 1척이 이미 인도가 미뤄졌다.
이에 앞서 21일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미국 시추회사 앳우드오셔닉(AtwoodOceanic)에서 수주한 드릴십 1척의 인도기한이 2020년에서 2022년으로 늦춰졌다고 밝혔다.
이 드릴십의 건조가격은 6558억 원, 인도기한은 2015년이었다. 그러나 발주처의 요청으로 인도가 3번이나 미뤄졌다.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앳우드오셔닉 드릴십의 매각대금을 이미 70% 가량 받아두었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해보면 대우조선해양이 아직 받지 못한 앳우드오셔닉 드릴십의 잔금은 2천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이 금액은 인도가 순조롭게 진행됐다면 1년 안에 만기가 다가오는 단기차입금 1조2315억 원을 상환하는 데 쓰일 수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상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데 2천억 원가량의 부담이 더해진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나머지 3척의 미인도 드릴십은 가격이 앳우드오셔닉 드릴십과 비슷한 수준이며 모두 2021년으로 인도일정이 잡혀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당초 인도시점이었던 2018년에서 한 차례 미뤄진 것이다.
국제유가의 향방을 예측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앳우드오셔닉 드릴십처럼 나머지 드릴십들의 인도기한도 또다시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드릴십 인도가 미뤄진다고 해서 대우조선해양이 당장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는 것은 아니다.
나머지 3척의 미인도 드릴십도 가격은 1척당 6500억 원 안팎이며 대우조선해양은 앳우드오셔닉 드릴십과 마찬가지로 이 드릴십들의 매각대금도 60% 가량을 이미 받아뒀다.
그러나 잔금 확보가 늦어지는 만큼 재무 개선이 더뎌지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나머지 3척의 미인도 드릴십은 잔금이 1조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이는 부채비율을 20%포인트가량 낮출 수 있는 금액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연결 부채비율이 184.1%이며 부채는 7조7100억 원이다. 2016년 말 부채비율이 2185% 였는데 부채비율을 계속해서 낮춰 왔다.
대우조선해양은 드릴십 인도 지연이 경영위기로 이어졌던 경험도 있어 드릴십 인도일정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13년 대우조선해양은 앙골라의 에너지회사 소난골로부터 드릴십 2척을 수주했다. 애초 인도기한은 2015년이었으나 인도가 계속 지연돼 2019년 5월에 와서야 2척을 모두 인도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매각대금의 20%만을 착수금으로 받아둬 잔금이 1조 원에 이르렀는데 이를 제때 받지 못해 2016년 단기차입금 4천억 원을 상환하기 위해 채권단에 손을 벌려야 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현재 미인도 드릴십 4척은 착수금와 공정 진행에 따른 선수금을 상당 부분 받아둬 인도가 지연되더라도 소난골 때처럼 중대한 경영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잔금 확보가 늦어지는 만큼 재무적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사실이라 드릴십 인수처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